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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투성이로 도망가던 윗집 부부…층간소음 갈등의 참극들[별★판결]

편집자주별난 판결, 화제가 된 판결을 전해드립니다.

살인, 폭행, 스토킹, 성적 모욕, 특수협박, 재물손괴, 직무유기. 모두 다른 범죄 같지만 한가지 원인, 층간소음으로 발생한 사건이다. 말 그대로 층간소음이 '사람을 잡은' 사례들이다.

층간소음이 각종 강력범죄로 번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이다. 그 전에도 층간소음을 둘러싼 송사는 있었지만 이웃간 갈등이 참극으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았다.

2006년 5월 대구광역시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아래층에 사는 61살 임모씨 가족 4명이 윗집 서모씨 집에 야구 방망이와 쇠파이프를 들고 들이닥쳤다. 난투극은 아파트 곳곳을 누비며 2시간 동안 계속됐다.

임씨 가족이 휘두른 방망이에 서씨 부부는 코뼈가 주저앉고 머리에 수십 바늘을 꿰매야 하는 중상을 입었다. 서씨가 쇠파이프를 빼앗아 휘두르면서 아래층 임씨의 큰 아들도 손가락이 절단되는 부상을 당했다. 임씨의 부인은 손이 으스러졌다.

두 가족의 한밤 중 집단 난투극은 당시 속옷 바람으로 피투성이가 된 채 도망치는 서씨 부부의 모습이 엘리베이터 CCTV(폐쇄회로TV)를 통해 전해지면서 충격을 줬다.

2006년 5월 대구광역시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으로 벌어진 집단난투극 당시 서모씨 부부가 부상을 입은 채 엘리베이터로 황급히 피신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옆집 사람 죽였어요"…집안에서 부탄가스 570개에 불붙이기도



위아래집 층간소음 갈등이 이렇게 잔혹한 사건으로 확대되는 악순환은 20년 가까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해법이 나오지 않는 상황과 맞물려 더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만 해도 벌써 이런 사건과 판결이 수두룩하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전경호)는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윗층 이웃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기소된 30대 전직 씨름선수 A씨에 대해 올 4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 조사와 판결문에 따르면 A씨의 폭행은 160차례에 걸쳐 50여분 동안 이어졌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영기)는 지난 4월 아래층 주민과의 층간소음 문제로 집안에 부탄가스 570개를 쌓아두고 불을 지른 30대 남성에게 현주건조물 방화미수와 살인예비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검찰 수사에서 이 남성은 방화를 시도한 당일 구입한 흉기를 들고 아래층을 배회하는 모습과 살인 범행을 계획한 사실을 밝혀졌다.

경기 수원에서는 40대 남성이 벽간소음 문제로 이웃주민을 살해한 뒤 자수하는 일도 있었다.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소재 빌라 5층에서 거주하던 남성이 "앰프 소리가 시끄럽다"며 "30대 이웃 남성을 찾아가 항의하다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흉기로 살해하고선 자진신고했다.



60대·70대도…칼부림에 경찰도 줄행랑



층간소음으로 남을 해하는 경우가 혈기 왕성한 청장년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지난 5월에는 경북 김천의 다세대주택에서 75세 남성이 층간소음 문제로 흉기를 숨긴 채 윗집에 찾아가 60대 B씨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얼굴을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층간소음이 살인미수로 이어진 사건 가운데 경찰의 부실 대응이 논란이 됐던 사례도 있다. 2021년 11월 인천 남동구 빌라 3, 4층 주민이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다 경찰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참극이 벌어졌다. 당시 4층 주민이 휘두린 흉기에 3층에 살던 여성이 목을 찔리면서 평생 한 살 지능으로 살아야 하는 피해를 입었고 남편과 딸도 얼굴과 손을 다쳤다. 참극도 참극이지만 사건이 벌어지자 경찰관 2명이 진압에 나서지 않고 현장을 이탈하면서 더 문제가 됐다.

가해 남성은 살인미수 혐의로 올 1월 징역 22년 실형이 확정됐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2명은 해임된 뒤 인천지법에서 직무유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인천지검은 지난달 13일 인천지법 형사17단독 이주영 판사 주재로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이들에게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형법상 직무유기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돼 있다. 직무유기로는 최대형을 구형한 셈이다.

2021년 11월 인천 남동구 빌라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관련 흉기난동 사건 당시 피해자 40대 여성의 남편이 범행 현장을 이탈하는 경찰관을 밀치고 3층 자신의 집으로 뛰어올라가고 있다. /피해자 측 제공

춘천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영진)에서 진행 중인 재판은 층간소음 문제가 스토킹 범죄로 번진 경우다. 40대 남성 C씨는 층간소음으로 항의를 받다 이사를 간 윗층 여성 D씨의 집을 1년 6개월만에 찾아가 D씨를 기다리고 D씨의 자녀에게 접근해 "엄마 불러"라고 말한 혐의(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C씨에게 지난달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층간소음에 화가 나 아랫집 현관문 앞에 '매일 남자가 바뀐다'는 내용으로 벽보를 써 붙인 50대 여성은 벌금을 내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박소정 판사는 지난 6월 모욕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서울 강남구 거주)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벽보에는 "매일 차가 바뀌며 남자들도 바뀌고 TV 소리는 낮밤 할 거 없이 웅웅웅", "주중·주말 가리지 않고 밤과 새벽은 파티? 사교생활? 근무 중?", "거주지와 영업 장소를 분리하는 건 어떨까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억울하면 윗집으로 이사? 국회는 팔짱만



층간소음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가 주간 43데시벨(㏈), 야간 38㏈이던 공동주택 직접충격소음 기준 가운데 1분 등가소음도 기준을 주간 39㏈, 야간 34㏈로 강화했지만 위아랫집 갈등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건수는 2017년 2만2849건에서 지난해 4만393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국회에서는 공동주택 건설 때 바닥충격음 저감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양경숙 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1월 국회에 발의됐다가 법안심사 과정에서 폐기됐다. 바닥충격음 성능검사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는 수준의 주택법 개정안이 올 4월에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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