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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 파쇄 중 손가락 절단…업무위탁 트럭기사, 요양급여 받을 수 있나

대법원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문서파쇄와 운송 업무를 하던 지입차주가 상당한 지휘 및 감독을 받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외형적 운송용역계약의 내용 보다는 실질적인 운용형태에 따라 근로자성을 판단한 것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불승인처분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지난달 25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12년 지입차주로부터 8톤 트럭을 사들여 문서파쇄 대행사인 B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C사와 지입계약을 맺고 문서파쇄와 운송을 담당했다.

A씨는 주 5일 근무를 원칙으로 하면서 오전 8시20분에 출근하고 오후 6시30분에 퇴근했다. 출퇴근 시간은 B사의 필요에 따라 변경될 수 있었다. 휴무일도 B사가 지정하는 날짜에 실시했다.

아울러 그는 매일 퇴근 전에 B사의 담당 직원으로부터 다음날 업무내용을 배정받아 배정받은 장소에서 업무를 수행한 후 퇴근 전에 차량을 B사의 차고지에 입고했다.

A씨는 또 매일 거래처, 작업량, 주유 대금, 작업시간 등을 기재한 작업일지를 작성해 매월 말경 B사의 확인을 받았다. 거래처로부터 거래명세표, 파쇄 완료 증명서 등을 받아 B사에 보고했다. A씨에게는 B사의 소속임을 드러내는 명함도 제공됐다.

B사는 업무수행의 대가인 서비스 요금으로 A씨에게 매달 약 400만원을 직접 지급했다. 주유 대여도 별도로 지급했다.

그런데 A씨는 2017년 서울 강남 한 사무실의 문서를 파쇄하던 중 파쇄기에 손이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이 사고로 왼쪽 손가락 일부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A씨는 B사에 소속돼 업무를 수행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는 회사에 소속된 '직영 기사'와 업무가 유사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단은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했다고 볼 수 없다"며 불승인했다. 이에 A씨는 2019년 1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출퇴근 시간과 작업일지 작성 등은 위탁계약의 내용에 포함된다"며 "지정된 복장을 착용하고 차량에 광고물을 부착한 점도 대외적 이미지 제고와 부수적 광고 수입을 위한 것"이라고 봤다.

반면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B사는 직영 기사와 동일하게 지입차주인 A씨에 대해 업무지시를 하고 근태와 업무수행을 감독하는 등 A씨에 대해 상당한 지휘 및 감독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수행한 문서파쇄 업무는 B사의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에 해당한다"며 "A씨가 B사의 업무를 수행한 기간은 5년에 이르렀다. 이 사건 사고가 없었다면 A씨는 상당 기간 더 위 업무를 수행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파쇄 장비가 회사 소유인 점 △고정된 대가를 받으며 회사가 주유 대금을 부담한 점 △다른 목적으로 차량을 사용할 수 없는 점 등도 이유로 들었다. 이어 "원심판결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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