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시스] 김도현 기자 = 14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지검 청사 3층 PT룸에서 서정식 차장검사가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등 국가통계 조작 사건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2024.03.14.kdh1917@newsis.com /사진=김도현

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장관 등 문재인 정부 고위 관료들 국가 통계를 100차례 이상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검은 14일 김수현·김상조 전 실장 등 11명을 통계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사건은 정부가 권력을 남용해 국가통계의 정확성과 중립성을 정면으로 침해한 최초의 통계법 위반 사례다.

김수현·김상조 전 실장과 김현미 전 장관, 윤성원 전 국토부 1차관, 하동수 전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 A 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 B 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주택통계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2017년 6월~2021년 8월 약 4년 동안 125회에 걸쳐 서울·인천·경기 지역의 매매·전세 가격의 변동률을 조작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정부 출범 직후부터 한국부동산원이 변동률이 공표되기 전 매주 3회 대통령비서실에 미리 보고하게 했다. 수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국부동산원의 임직원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사전검열 체계를 갖추고 상시로 주택통계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부동산원 임직원들은 사전보고가 부당하다며 12차례 중단을 요청했지만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는 예산 삭감을 명목으로 압박하며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김상조 전 실장은 국토부 및 부동산원과의 회의에서 "사전 보고를 폐지하면 부동산원 예산이 없어질텐데 괜찮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통계조작 과정 모식도/사진제공=대전지검

검찰은 이들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로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작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시기는 2019년 대통령 취임 2주년 및 2020년 총선 무렵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정식 대전지검 차장검사는 "부동산 대책 실패로 주택가격이 폭등하고 일자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등 정부에 불리한 상황을 감추기 위해 대통령비서실 주도로 장기간 국가통계를 조직적으로 조작하거나 통계조사 결과를 왜곡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했다.

그 결과 2017~21년 부동산 실거래가격 상승률(81%)과 부동산원 지표인 주간 주택가격 상승률(12%) 간 큰 격차를 보였다. 또 문재인 정부 시기 전까지만 해도 큰 차이가 없었던 정부 통계와 KB국민은행의 변동률 간 차이도 최대 30%포인트(p)까지 벌어졌다.

서 차장검사는 "KB국민은행은 부동산이 상승하고 있다고 조사하고 발표했는데 부동산원은 상승 자체를 은폐하기 위해 조작하다보니 변동률이 0%에 수렴한다고 결론 내렸다"며 "추세 자체가 다른 점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라고 했다.

부동산원과 KB변동률 격차 /사진제공=대전지검

검찰에 따르면 주택통계 산정에 들어간 세금 368억원이 허비됐으며 국민들은 조작된 변동률로 인해 시장 상황을 오판하게 됐다.

김상조 전 정책실장과 황덕순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 이준협 전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은 고용통계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비정규직이 급증했다고 나타나자 정책 실패라는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비정규직 파악과 관계없는 다른 통계조사 방식 때문에 비정규직 수치가 증가한 것처럼 왜곡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를 받는다.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소득통계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폈음에도 가계 소득통계 조사 결과 소득 불평등이 역대 최악으로 나타나자 이를 정당화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통계청이 불법적으로 개인정보가 포함된 통계기초자료를 제공하게 한 혐의다.

서 차장검사는 총선이 1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한데 대해서는 "이 점을 고려해 최대한 신속히 진행했으나 일부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는 등에서 지연된 면이 있다"며 "정치적 목적이나 의도는 전혀 없었음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표적수사' 논란에 대해서는 "단순히 발표 수치를 바꾼 것이 아니라 근거 데이터를 임의로 하향시킨 명백한 조작"이라며 "당사자들 사이 진술과 주고받은 메시지 등 증거에 의해 명시적 조작 지시가 있었음을 확인했고 공판 과정에서 모두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감사원은 2022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국토교통부와 통계청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 주택통계·고용통계·소득통계에 관한 위법행위가 의심되는 문재인 정권의 인사 22명에 대해 지난해 9월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당시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 등이 통계청 등을 압박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거나 통계 서술 정보를 왜곡하게 하는 등 불법 행위를 했다"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94차례 이상 한국부동산원 통계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집값 등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감사원이 수사요청한 인사 가운데 장하성·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동산원 원장 등 11명은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서 차장검사는 "관여 정도와 공모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안에 한해서만 기소 대상자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김수현,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왼쪽부터)./뉴스1·뉴시스·장련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