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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3년 만에 가출한 아내, 전남편과 연금 나눠야 할까?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이혼한 전 배우자에게 나눠줘야 하는 노령연금의 액수를 산정할 때 법적으로 혼인 관계였더라도 따로 살면서 사실상 남남으로 지낸 기간은 제외해 계산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A씨(64)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전 남편 B씨가 신청한 분할연금지급에 따른 연금액 변경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와 B씨는 1992년 3월 결혼했다가 2013년 11월 협의 이혼했다. A씨는 국민연금에 노령연금 지급을 청구해 2022년 8월부터 매월 연금을 받기 시작했다.

A씨의 전 남편 B씨는 2023년 1월 국민연금에 A씨의 노령연금 중 일부를 분할해 자신에게 지급해달라고 청구했다. 국민연금은 A씨가 62세가 돼 노령연금 수급권이 발생한 2022년 8월부터 B씨에게 분할연금 수령 자격이 생겼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의 혼인기간을 총 176개월로 보고 분할연금액을 월 18만여원으로 결정했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실질적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인 부부가 이혼하면 전 배우자의 노령연금을 나눠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실질적 혼인기간 중 형성된 연금이 분할 대상이고 그 중 절반을 받을 수 있다. 혼인기간 배우자의 기여도를 인정하고 이혼 이후에도 배우자의 인간다운 삶을 국가가 보장해준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국민연금은 A씨에게 2023년 2월부터 매월 노령연금이 분할돼 B씨에게 지급될 것이라고 통지했다. 2022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미지급됐던 분할연금액도 환수될 예정이라고 알렸다.

A씨는 실질적인 혼인기간이 분할연금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국민연금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본인이 결혼 후 3년 만인 1995년 가출했고 1998년 8월부터는 다른 시로 거주지도 옮겼기 때문에 이 기간을 분할연금액 산정 기준이 되는 혼인기간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국민연금법은 별거와 가출 등 사유로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은 기간을 혼인기간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한다"며 "A씨와 B씨는 별거한 이래 어떠한 왕래도 없이 지낸 것으로 보이므로 별거 시점 이후로는 두 사람 사이에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법률상 혼인기간 내내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했음을 전제로 한 국민연금의 처분은 위법하다"며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정당한 분할연금액을 산출할 수 없어 처분을 전부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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