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청사

정부가 신분당선 연장구간(정자역~광교역) 시행사인 민간 사업자에게 노인·장애인 무임 승차비로 생긴 3년간 손실 약 89억9000만원을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지난 8월30일 경기철도 주식회사(두산건설·대림산업·대우건설·GS건설)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실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경기철도와 국토교통부는 2009년 12월 신분당선 연장구간인 정자역~광교역 구간의 설계·건설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이후 2016년 1월 연장구간 개통 때 "초기 5년간 무임 수송 제도로 발생하는 손실을 총 이용수요의 5.5% 한도로 보전하고, 6년 차인 2021년 1월 이후로는 협의를 통해 무임승차 운영방안을 결정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맺는다.

2020년 경기철도는 '개통 6년 차 이후 방안을 결정하자'고 요청했다. 다만 국토부는 제3의 전문기관을 통해 대안을 찾자며 응하지 않았다. 경기철도는 대한교통학회에 발주한 관련 연구용역을 국토부에 제출하며 손실 누적에 대비한 재정 보전 등의 개선 방안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2022년 경기철도는 노인과 장애인 등에 일반 운임을 적용하는 유료화 방안의 '운임변경신고'를 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노인·장애인 부담 등을 감안해 적용 시기와 방법, 요금 수준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협의가 필요하다며 협의를 또 미뤘다.

결국 경기철도 측은 손실보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경기철도 측은 "국토부가 운임변경신고에 대한 수리를 거부한 채 경기철도의 비용으로 무임승차 제도를 운행하도록 강제했다"며 "실시협약 불이행에 따른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정부가 실시협약에서 정한 경기철도와 협의할 의무를 지키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형식적 협의를 진행할 뿐 실질적으로 무임승차 제도 운용 방안에 관해 대안을 제시하는 등 조처를 하지 않고 무임승차 운용만을 강요했다"며 "실시 협약상 무임승차 적용 방안에 관한 협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무임승차 제도의 운용만을 강요할 경우 경기철도는 예상 수요를 충족하더라도 사업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입게 되고 실시협약에서 협의 의무를 규정한 의미도 없게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약 90억원을 지급액으로 산정했다. 재판부는 "경기철도가 입은 손해는 무임 승객 별도 운임을 유료화했을 경우 취득할 수 있었던 운임 상당액"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