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범칙금을 내지 않을 경우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기소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지난 10월31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공소기각한 원심을 파기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2년 4월 서울 서초구에서 편도 5차로 중 2차로로 진행하다 3차로로 진로를 변경하면서 3차로에서 진행 중이던 차와 충돌해 도로교통법상 진로변경방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차량은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 12대 중과실을 범하지 않는 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이 면제됐다. 다만 검찰은 특례법과는 별개로 A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이 기소가 유효한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선고유예를 내렸지만, 2심은 A씨가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는 개별 과실행위를 별도로 기소할 수 없다며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우선 A씨는 진로변경방법을 위반한 범칙행위로 교통사고를 일으켰지만, 종합보험 가입으로 벌을 받지 않았으므로 통고처분 대상인 '범칙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통고처분에 따라 범칙금을 납부하면 범칙행위에 대해 다시 처벌받지 않게 되는데, A씨는 면허벌점 부과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이미 납부한 범칙금을 회수한 후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이후 경찰은 범칙금 미납을 이유로 즉결심판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청구기각 결정을 했고,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결국 기소가 이뤄졌다.

대법 재판부는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은 결과 도로교통법과 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에 따라 후속절차가 진행돼 공소제기에 이르렀다"며 "이 사건 기소절차는 관련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취지에 반하는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