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60년 전 성폭행하려는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를 입힌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최말자씨(78·여)가 제기한 재심 청구를 인용하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원심 재판부가 대법원 결정을 따르면 최씨는 재심을 받게 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씨가 제기한 재심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 18일 부산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불법 구금에 관한 최씨의 일관된 진술이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며 "검찰에 처음 소환된 1964년 7월 초순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돼 집행된 것으로 보이는 1964년 9월까지 불법으로 체포·감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씨의 진술에 부합하는 직·간접적 증거들 즉, 재심대상 판결문이나 당시 신문기사 등에 의해 수사·재판 과정에서 사정이 제시된 반면, 진술과 모순되거나 진술내용을 탄핵할 다른 증거는 없다"며 "검사의 이 같은 행위는 직권남용에 의한 체포·감금죄를 구성하고 위 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완성돼 유죄판결을 얻을 수 없는 형사소송법 422조의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최씨 진술의 신빙성을 깨뜨릴 충분하고도 납득할만한 반대되는 증거나 사정이 존재하는지에 관해 사실조사를 했어야 한다고 봐 원심을 파기 환송한다"고 밝혔다.

최씨는 18세였던 1964년 5월 성폭행을 시도하며 강제로 입을 맞춘 노모씨(당시 21세·남)에게 저항하다 혀를 깨물어 상해를 입혔다. 당시 노씨의 혀가 1.5㎝ 정도 잘려나갔다.

검찰은 최씨를 중상해죄로 구속 기소했고 노씨에게는 성폭력 혐의가 아닌 특수주거침입 및 특수협박죄 혐의만 적용했다. 법원은 노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반면 최씨에게는 노씨보다 무거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2018년 '미투' 운동 당시 부산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최씨는 사건 발생 당시 검찰의 구속이 형사소송법 420조에서 규정하는 '공소 제기나 수사에 관여한 검사가 직무에 관한 죄를 지은 것이 증명된 때'에 해당해 불법 구금이라고 주장하했다.

1, 2심은 최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대법원에서 판단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최씨가 당시 수사기관의 불법구금 등을 주장한 적이 없고 불법 구금을 증명할 객관적이고 분명한 자료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