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청사/사진=뉴시스

등기이사 임기 만료가 곧 근로계약 종료를 뜻하는 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지난 10월11일 원고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4년 3월 주식회사 B에 입사해 재무·회계 업무를 맡아왔다. 2016년 이사로 선임된 후 2019년 재신임 절차 거쳐 등기이사로 재직했다.

회사는 2022년8월 '2022년 9월28일까지 자발적 퇴사하며, 급여와 퇴직금, 보너스, 위로금 등을 지급한다'는 자발적 권고사직 합의서를 제시했다.

원고는 조정할 것을 요청했지만 회사는 9월29일 불쑥 해고를 통보했다. 회사는 원고에게 대표이사에 대한 폭언, 회계 업무 지시 불응, 회사 비방 및 협박 등 4가지 징계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발한 A씨는 2022년 12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경기지노위는 이를 인용하며 △1항 원직 복직과 △2항 해고 기간에 정상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회사는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는데 중노위도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다만 2항 임금 지급과 관련해 내용을 '등기이사 임기 만료일까지의 상당액'을 달라고 수정했다.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날인 9월30일을 근로계약 종료일로 판단하고 1~2일 치의 임금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론 '원고의 근로계약 기간이 2022년 9월30일 만료돼 복직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등기이사 임기 만료일까지 정상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던 임금 상당액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행정소송을 냈다. 쟁점은 원고와 회사 사이의 근로계약이 원고의 등기이사 임기 만료일인 2022년 9월30일에 종료되는지 여부가 됐다.

재판부는 원고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원고는 근로계약에 따라 매일 출근하여 대표이사 등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어 그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지위에 있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이와 같은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 관계는 사내이사로 등기가 이루어진 것과 관계없이 유지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의 등기이사 임기 만료로써 당연히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종전부터 유지되어 온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권고사직 합의서 등에 따라 합의 하에 근로계약을 종료하거나 이 사건 해고를 통해 참가인의 일방적인 의사로 근로계약을 종료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 관계는 사내이사로 등기가 이루어진 것과 관계없이 유지되었으므로 원고의 등기이사 임기 만료로써 당연히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중노위의 재심 판정 중 주문 제2항 부분(임금 관련 부분)은 위법해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