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의 모친 故 이소선 여사의 영결식이 열린 7일 오전 서울 대학로에 고인의 운구행렬이 지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와 남동생 태삼씨가 44년만에 무죄를 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강민호)는 지난 6일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여사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여사와 태삼씨 등 5명은 전국연합노동조합 청계피복지부(청계피복노조)에서 활동하며 1981년 1월6일 서울시장의 해산 명령을 어기고 같은달 18일쯤 노조 사무실 등에서 대책을 논의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검찰은 이들이 계엄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이 일로 이 여사는 1981년 7월13일 징역 10개월을 선고 받았고 1983년 5월엔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다"며 "내용도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계엄포고가 해제 또는 실효되기 전부터 이미 유신헌법과 구 계엄법에 위배돼 위헌이고 위법해 무효"라며 "계엄포고가 당초부터 위헌·무효인 이상 계엄포고 제2항 가호를 위반했음을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여사와 함께 계엄법 위반 및 집회·시위에 관한 법(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태삼씨 등 3명도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당시 적용된 집시법 조항이 삭제됐고 법령 폐지로 처벌을 못 하게 돼 직접 판단 없이 소송을 종결시키는 면소 판결을 내렸다.

태삼씨 등 3명은 1981년 1월 30일 오후 4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소재 한국사무소 소장 미국인 A씨를 소장실에 가두고 사무실 출입문을 봉쇄한 혐의도 받았다. 경찰이 진압하자 석유를 바닥에 뿌려 협박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특수감금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는 형 자체를 선고하지 않았다. 유죄가 인정됐으나 특별사면 받아 해당 선고 효력이 상실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재심은 전씨 등이 2021년 11월5일 서울동부지법에 재심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이 여사는 1970년 아들 전태일 열사 사망 후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다 2011년 9월 별세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