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며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지난 1월 26일 구속기소 된 지 41일 만, 1월 15일 체포된 후 52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사진=뉴스1

검찰이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석방을 지휘한 것은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검찰이 즉시항고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한 2012년 헌법재판소 결정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은 8일 "검찰총장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을 존중해 특별수사본부에 윤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가 서울구치소에 석방 지휘서를 송부해 윤 대통령이 즉시 석방됐다.

검찰은 이미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온 즉시항고 제도를 활용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헌재는 2012년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즉시항고를 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즉시항고를 인정하면 검사의 불복을 그 피고인에 대한 구속집행을 정지할 필요가 있다는 법원 판단보다 우선시킬 뿐만 아니라 사실상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무의미하게 할 수 있는 권한을 검사에게 부여한 것이란 점에서 헌법의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구속집행정지란 구속의 집행을 잠시 정지하는 제도로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구속된 피고인을 조건부로 석방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건강 악화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 인정되며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구속집행정지를 취소하고 다시 구속할 수 있다.

구속 취소는 구속 자체를 취소해 피고인을 석방하는 것으로 법원이 더 이상 피고인을 구속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에 해당된다. 구속 자체가 취소되는 것이기 때문에 피고인을 다시 구속하기 위해선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새로운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

결과를 놓고 보면 피고인이 석방된다는 점에서 두 제도는 사실상 동일하다. 이에 검찰은 이 같은 사정을 고려, 이미 위헌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절차를 밟는 것은 준사법기관으로서 부적절한 행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검찰은 이날 즉시항고 포기 사실을 알리면서 "과거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와 헌법에서 정한 영장주의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즉시항고는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다만 법원 결정에 수긍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검찰은 "구속기간 산정 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현행 법률 규정은 물론 오랜 기간 법원과 검찰에서 형성해 온 실무례에도 부합하지 않는 부당한 결정이므로 즉시항고를 통해 시정해야 한다는 특수본의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전날 오후 2시쯤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이 구속기간이 지난 뒤 재판에 넘겨졌다는 이유로 구속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에서 정한 구속 기간 내에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면 구속 기간은 자동적으로 2개월이 더 연장되는데 정해진 기간 내에 기소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편 심우정 검찰총장은 이번 결정과 관련, 특수본에 "이 사건이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인 만큼 흔들림없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