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세관 등이 지난달 24일 제주국제공항에서 필로폰 2120g을 밀수한 외국인 적발했다. 사진은 제주지방검찰청이 14일 공개한 침대보에 은닉된 필로폰. (사진과 기사는 무관함) 2025.3.14./사진=제주지방검찰청 제공

공항 우편물 통관검사 절차에서 영장 없이 우편물 등을 개봉 및 파괴하더라도 마약류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법적으로 문제를 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메스암페타민(이하 필로폰)을 국내로 밀반입하고 투약 및 소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A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사건은 피고인 A씨가 2023년 중국에 거주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B씨와 공모해 말레이시아에 있는 성명불상자 C씨의 공급책을 통해 필로폰을 한국에 밀반입하면서 불거졌다. B씨는 2023년 6월 C씨를 통해 약 650g을 철제 파이프 6개에 나눠 담아 자동차 부품 내부에 넣고 납땜·밀봉하는 방법으로 은닉해 정상 제품으로 위장해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오도록 했다.

인천세관 공무원은 A씨가 밀반입하려던 우편물을 개장해 철제 파이프를 잘라 그 안에 은닉된 필로폰을 발견했고 인천지검은 수령지로 물건을 찾으러 온 A씨를 긴급체포했다. 이에 따라 A씨는 필로폰이 은닉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향정),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 A씨 측은 인천 세관 소속 공무원이 필로폰이 은닉된 철제 물품을 부수고 필로폰을 채취해 성분 분석을 의뢰한 행위가 영장주의 등을 위반한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영장 없이 물건을 압수했으니 재판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A씨에게 징역 5년 및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1심을 맡은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류호중)는 "인천세관 소속 세관 공무원이 우편물을 개봉하고 시료를 채취해 성분분석 검사를 의뢰한 일련의 행위는 통관을 위한 행정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이를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수사기관이 취득한 필로폰 등이 위법수집증거라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은 이같은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하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영장주의, 함정수사 등으로 증거능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그로 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수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