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헌법재판소가 지난 1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이완규, 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의 효력을 정지했다. 헌재는 법무법인 도담 김정환 변호사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이같이 결정했다. 사진은 17일 헌법재판소 모습. 2025.4.1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행위의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 법조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퇴임으로 당분간 7명 체제로 운영될 수 밖에 없는 헌재에 대한 우려도 크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전날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행위에 대한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에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한 대행에게 임명권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또 헌법재판권 보장과 헌법재판 기능 안정의 필요성 역시 강조했다.

헌재는 한 권한대행이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재판관 지명을 한 것이라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하지 않은 재판관이 심리에 관여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렇게 임명된 재판관이 헌법재판에 관여해 선고하면 추후 이를 뒤집으려고 할 때 재심이 허용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 노희범 HB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필수 불가결한 국가수호, 긴급재정·경제명령, 전쟁이 발생했을 때의 계엄 선포 등은 대통령 권한대행도 행사가 가능하다"면서도 "새 대통령 선출까지의 기간이 매우 짧고 국가가 크게 혼란에 빠질 정도가 아니라면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행사해야 할 고유 권한을 굳이 권한대행이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해석이 다수"라고 설명했다.

반면 헌재 결정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헌법 체계와 국정 운영의 연속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을 법 해석상 축소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자기 모순에 가깝다"며 "권한대행이 대통령과 다른 위치이므로 정치적으로 자제할 순 있으나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국가 존립과 안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무엇보다 헌재 결정으로 헌재가 당분간 7명 체제로의 운영이 불가피해 이에 대한 우려가 크다. 오는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임기가 만료된다. 법적으로 7명 체제에서도 사건 심리가 가능하고 결정 역시 가능하다. 다만 7명 체제에서 내린 결정은 신뢰도 측면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약 2개월 뒤면 대통령이 당선되기 때문에 즉시 헌법재판관을 지명하고 절차를 밟아 임명할 수가 있다"며 "그 사이 헌법재판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 역시 이 같은 우려를 인식하고 있다. 헌재는 전날 가처분 결정문에서 "2명의 재판관이 퇴임한 이후에도 7명의 재판관이 사건을 심리해 결정할 수 있고 나머지 2명의 재판관의 의견에 따라 사건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임명을 기다려 심리 및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