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사진=뉴스1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12·3 비상계엄 선포 관련 형사 재판에서 "헌법재판소가 (비상계엄 선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판단했다고 봤는데 그 취지는 내란죄의 목적범 자체가 없다는 걸 인정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목적범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일정 의도를 가지고 있어야 성립하는 것을 뜻한다. 헌재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인용 결정을 내리며 정치적 결단에 의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인정한 만큼 내란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 김 전 장관 측 주장으로 해석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0일 오전부터 김 전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의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약 15분 진행된 후 비공개로 전환됐다. 15분간 양측은 △내란죄 성립 요건 △위법수집증거 △검사 수사권 등을 두고 다퉜다.

김 전 장관 측은 이날 "실행의 착수가 없어 내란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내란죄는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킬 경우 성립하는데 실제 폭동은 없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계엄 선포와 동시에 정보사 선발대가 무장한 상태로 선관위 청사를 점거하고 경찰과 특전사도 추가로 투입됐다"며 "실행 착수를 넘어서 기수(범죄가 완전히 이뤄진 상태)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또 "위헌, 위법한 포고령의 전국적 발령·경찰과 군 병력을 통해 국회를 봉쇄한 것도 내란죄 기수의 지표가 된다"고도 했다.

검찰 측은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주장엔 "근거 제시가 부족하다. 어떤 근거로 위법 수사를 주장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 수사권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미 여러 차례 사법 판단을 받은 주장"이라고 했다.

반면 김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문을 근거로 내란의 목적이 없었음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 측은 "내란죄는 목적범"이라며 "헌재는 이미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정치적 결단에 의해 판단했다고 봤다. 그 취지는 내란죄의 목적범 자체가 없었다는 것을 헌재가 이미 인정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대질신문은 강제수사에 해당하고 증거로 제출한 통화녹음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지난 수사권 박탈 취지를 담은 개정된 검찰청법에 의해 검사의 내란죄 수사가 제한된다고 말했다. 검사의 수사 범위와 관련해 향후 쟁점이 될 경우 검찰청법 개정 당시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정성욱 정보사령부(정보사) 대령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재판부는 국가 안전 보장 관련 내용이 나올 수 있다는 이유로 증인신문을 비공개로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