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사진=뉴시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한 행위의 효력이 정지됐다.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등 임명 절차는 헌법재판소가 관련 헌법소원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까지 정지된다.

헌재는 16일 김정환 변호사가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행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신청한 가처분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만약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게 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할 권한이 없다고 한다면, 한 대행이 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하는 행위로 인해 김 변호사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해 임명된 재판관이 아닌 사람에 의해 헌법재판을 받게 되어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게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이 오는 18일 퇴임하고 이 처장 등의 임명이 미뤄지면서 재판관 2명의 공백이 생기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재판관 2명의 임명이 지연될 것이지만 2명의 재판관이 퇴임한 오는 19일 이후에도 7명의 재판관이 사건을 심리해 결정할 수 있고 나머지 2명의 재판관의 의견에 따라 사건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임명을 기다려 심리,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처분을 기각할 경우 임명 절차가 그대로 진행돼 임명하게 될 것인데 한 대행에게 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할 권한이 없다면 임명으로 인해 김 변호사뿐 아니라 진행 중인 헌법재판 사건의 모든 당사자들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했다.

헌재는 "가처분이 기각됐다가 관련 헌법소원 청구가 인용될 경우 이 처장 등이 재판관으로서 관여한 헌재 결정 등의 효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헌재 심판 기능 등에 극심한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고도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나흘 만인 지난 8일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로 이 처장 등을 지명했다. 이에 정치권과 헌법학계에서 임시직인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논란은 헌법소원 청구와 가처분 신청으로 이어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11일 한 권한대행이 "국회의 인사청문권을 침해했다"며 헌재에 권한쟁의를 신청하며 효력 정지 가처분도 함께 신청했다. 김 변호사 등은 "헌법재판관 임명은 국민으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권한대행은 이를 행사할 수 없고 자연히 지명 후보자들도 자격이 없다"고 지난 9일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을 함께 냈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되자 한 권한대행 측은 지난 14일 '지명을 한 것은 내부적 의사표시에 불과해 법률적 효력이 없다'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