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형사 첫 정식재판을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오후에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야당 횡포에 경고하기 위한 '메시지 계엄'을 선포한 것이기 때문에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윤 전 대통령은 1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했다.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으로 민간인 신분이 된 지 열흘 만이다.

이날 첫 공판에서는 검찰이 먼저 1시간 가량 공소사실 요지를 설명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하고 국무회의 등 정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강조했다. 전시사변에 준하지 않는 상황인데도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려 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국회에 출동한 군인들에게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점 등도 거론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직접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가 담긴 프레젠테이션(PPT)쪽수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모든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의 모두 진술은 오전 42분, 오후 40분을 합쳐 82분에 달했다. 당초 재판부가 할애한 60분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자 오후에 시간을 더 줬다.

윤 전 대통령은 "방송으로 전세계·전국민에 공고해 놓고 국회가 그만두라고 해서 당장 그만 둔 몇 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인류 역사상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또 "이번 비상계엄은 군인들에게 민간인 충돌을 피하라고 지시한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지, 군정 실시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너무 자명하다"며 "봄부터 미리 모의해왔다는 것은 코미디 같은 얘기"라고 말했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려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어떻게 인원을 빼내라는 말을 하느냐"며 "'유리창을 깨기라도 하라' 이런 말을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정치인 체포 지시에 대해서도 "내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 '누구를 체포하라' 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마치 내가 누구 체포를 지시한 것처럼 일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장 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한 데에는 "전산 시스템에 문제가 많아 스크린하라고 보낸 거지, 부정선거를 수사하라고 보낸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오후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은 윤 전 대통령의 발언과 상반되는 증언을 했다. 검찰이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해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것이 맞나"고 질문하자 조 단장은 "맞습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월 헌법재판소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상관인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본청으로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란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것과 같은 취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첫 형사 재판이 열리는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윤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증인이 윤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자 윤 전 대통령이 돌연 마이크를 대지 않고 발언을 하는 일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에서 이미 신문한 사람들을 굳이 장관을 대신해 나오게 하는 것은 증인 신청 순서에 있어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첫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했지만 순서가 조정되면서 조 단장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이 첫 증인으로 나오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은 또 진술 말미 검찰의 공소장이 제대로 구성되지 않아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 공소장이 일관된 논리없이 여러 조서를 모자이크식으로 붙였다는 주장이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몰이 과정에서 겁을 먹은 사람들이 수사기관의 유도에 따라 진술한 것이 검증 없이 많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불법 구속과 공소사실 불특정 등 공소 제기 절차 문제점을 지적하며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은 "검찰이 구속기간을 넘겨 기소해 불법 구금 문제가 있다"며 "위법한 절차에 의한 기소"라고 말했다. 이어 "공소장에 (비상계엄) 내란이나 폭동으로 볼 만한 구체적 지시 내용이 어떤 것인지 기재돼 있지 않다"며 "피고인이 무엇을 다투어야 할지 명확하지 않아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가져오는 위법한 공소장"이라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일주일 후인 21일 오전 10시다. 이날 윤 전 대통령 측은 증인 신문을 하지 않고 다음 공판에서 반대신문을 하겠다고 하면서 이날 출석한 증인들이 또 한번 출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