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사진=뉴시스

대법원이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건 이 후보의 발언을 허위사실공표로 보고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사실상 1심과 비슷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우선 대법원은 허위사실공표죄 법리에 관해 설명하며 선거과정에서 후보자가 발언한 표현의 의미는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닌 유권자인 국민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발언이 이뤄진 당시의 상황과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에 기초해 유권자에게 발언의 내용이 어떻게 이해되는지를 기준으로 발언을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선고 과정에서 수차례 강조한 것도 '발언 내용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이었다. 특정된 하나의 주제와 관련된 질문에 대한 답변이 특별한 주제 전환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됐다면 개별 발언들을 쪼개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된 발언 전체를 두고 그 의미를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포장마차에서 열린 배달라이더, 택배기사 등 비(非)전형 노동자들과 간담회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공동취재) 2025.05.01. photo@newsis.com /사진=

이 같은 논리에 따라 대법관 다수는 "(골프 발언은) '피고인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피고인은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쳤으므로 골프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이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과 함께 실무책임자인 김문기와의 관계가 문제됐고 그러던 중 이 후보가 김문기 등과 함께 해외출장을 가서 골프를 쳤다는 취지의 의혹이 제기되자 방송프로그램에서 이 사건의 골프발언을 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이 대표가 시장 재직 시절 고 김 전 처장을 몰랐다(인식)는 주장을 하기 위해 그 논거 중 하나로 골프 발언을 했다고 보고 "(검찰이) 발언 의미를 추후에 새겨 외연을 확장한 것"이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골프 발언을 '피고인이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만 해석할 수 없고 발언의 허위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관 다수는 "골프 동반 행위는 이 후보와 김문기 간의 관계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선거인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독자적 사실로서 주요한 사실이지, 인식에 대한 보조적 논거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해당 발언은 이 후보가 김문기를 알았는지의 '인식'이 아닌 골프를 같이 쳤는지에 관한 '사실'에 대한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당시 피고인에 대해 제기된 의혹 등은 모두 백현동 부지의 용도지역 상향과 관련된 것이었고 관련 발언을 접하는 일반 선거인의 관심도 백현동 부지에 집중돼 있었다"며 "이 후보의 발언의 의미를 확정하면 '국토교통부가 이 사건 의무조항을 들어 용도지역 변경을 압박했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발언은 '사실'의 공표이지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인 의견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아울러 "성남시는 자체 판단에 따라 용도지역 상향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국토부의 성남시에 대한 압박은 없었다"며 "국토부가 피고인 또는 성남시 공무원에게 용도지역 상향을 해주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을 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이 후보의 골프 발언, 백현동 관련 발언 모두 다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상고기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 관련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나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가본 원칙에 반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