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태극기와 법원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이날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 됐으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2025.05.14. scchoo@newsis.com /사진=추상철

해운법상 허용되는 운임공동행위라 하더라도 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았거나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정황이 드러나면 공정거래법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대만 A사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A사를 비롯한 23개 해상 화물운송사업자들이 2003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동남아 항로 운임을 공동으로 결정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자 A사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A사가 당한 과징금 등 제재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해운법 제29조가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의 운임담합을 일정 범위에서 허용하고 있고, 그 운임이 '부당하게 높다'고 판단될 경우 해양수산부장관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했으므로, 공정위가 직접 규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해운법의 배타적 우선 적용을 전제로 공정위의 규제권한이 없다고 보았으나, 이는 공정거래법 적용범위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거래법은 헌법이 요구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구현하기 위한 법률로, 특별한 적용제외 규정이 없는 한 모든 산업 분야에 원칙적으로 적용된다"며 "해운법 제29조가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의 운임공동행위를 제한 없이 배타적으로 보장한다고 볼 수 없고, '신고되지 않은 공동행위' 등에 대해서는 해수부의 조사·적발 권한 또한 충분치 않아 공정위의 규제권한을 전면 배제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최근 국제적으로도 해운동맹(Shipping Conference)을 전면적·무조건적으로 면제하기보다 경쟁법을 적용해 공정성을 확보하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면서 "현행 해운법이나 공정거래법 제·개정 과정을 살펴봐도,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의 운임공동행위를 전면적으로 공정거래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할 합리성이 충분히 검토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