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청사./사진=뉴시스

부하직원의 계좌 잔액을 조회한 후 "거지냐"라는 등의 폭언을 하고 주먹을 휘두르는 등 가혹 행위를 한 상사에 대한 면직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원고 A씨가 "부당해고라고 결정한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의 부하직원 B씨는 2023년 3월 새마을금고중앙회에 A씨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중앙회는 같은 해 4월 A씨와 B씨 등을 면담한 뒤 A씨의 직위해제 등 사후 조치와 사실관계 조사를 지시했다. 금고도 이에 따라 외부 조사기관에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한 조사 위임계약을 맺어 조사 결과 보고서를 검토했다.

조사에 따르면 A씨는 B씨 개인 계좌를 여러 차례 보여달라고 해 확인한 뒤 "거지냐"는 등의 폭언을 했다. B씨가 휴가를 쓰거나 식사를 하려고 할 땐 "꼭 가고 싶습니다" "꼭 먹고 싶습니다"라고 크게 복창하게 시켰다. 문서고의 책장 사이에 들어가 갇혀있으라고 지시했으며 다른 직원이 연차를 썼다는 이유로 "네가 대신 맞아"라고 말하며 주먹질했다. 이외에도 B씨가 지점에서 본점으로 온 시점에 주변인들에게 말을 걸지 말라고 하거나 자동차를 이용해 직원들에게 돌진하다가 멈추는 위협 운전을 하기도 했다.

그 결과 A씨에게 2번의 직위해제와 징계면직 처분이 내려졌다. A씨는 △계좌 잔고를 걱정해서 해당 발언을 했다거나, 기본 예의를 가르쳐주기 위해 복창을 시킨 것이며 △주먹질은 없었고 △위협 운전은 직원들이 비킬 줄 알았다고 반박했으나 소용없었다.

A씨는 같은 해 8월 지방노동위에 부당하다며 구제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마찬가지였다. 이후 A씨는 "신고인들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객관적 증거가 없음에도 외부 조사기관이 편파적으로 사건을 조사해 징계사유를 인정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역시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봤다고 진술한 신고인들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선 말하기 어려운 내용을 진술하고 있고 내용이 매우 구체적·사실적이며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서로의 진술 또는 참고인의 진술과 대체로 부합한다"며 "원고가 피해 직원에게 개인 계좌 열람을 강요하는 CCTV 영상, 문서고의 책장 사이에 들어가도록 강요하는 녹취록, '네가 대신 맞아'라며 주먹을 휘두르는 CCTV 영상 및 녹취록 등 객관적 증거가 징계사유 중 일부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의 행위들은 업무상 적정범위를 현저히 일탈했고 나머지 언동들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고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신고인들이 원고의 행위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A씨는 불안, 우울 등으로 약물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A씨 때문에 퇴사한 직원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A씨 측은 중앙회가 직접 징계면직을 하고, 징계 과정에서 징계면직을 주도하며 권한을 남용해 징계 권한에 흠결이 있다고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중앙회의 권한 행사는 법에 근거해 이뤄졌다고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