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법원, 로고, 법원로고 /사진=김현정

연구개발비 전용 법인카드를 외부인에게 넘겨 수천만원을 쓰게 한 공기업 직원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진현섭)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전 직원인 A씨가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한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2018년 SH가 국토교통부서 공모한 개발과제에 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되자 SH 직원인 A씨는 연구원으로 합류해 연구개발비 집행 등 실무를 전담했다.

공사는 2022년 7월쯤 A씨가 연구개발비를 부적정하게 사용했다는 내부 공익신고를 접수해 자체 감사를 진행한 결과 A씨가 연구개발비 전용으로 발급된 법인카드를 공동연구기관인 대학 학부생 등에게 무단으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일련변호와 비밀번호를 알려줬고 학생들은 쇼핑몰 등에 법인카드를 64회 사용해 총 2400여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를 본인이 사무용 소모품 구입을 위해 지출한 것처럼 표시해 회계결의서를 첨부했고 학생들이 보내준 거래내역을 범정부 연구비통합관리시스템에 업로드했다.

이에 공사는 2023년 8월 인사위원회를 열고 A씨에 대한 해고를 의결했다. A씨는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구제를 신청했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기각했고 A씨는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법인카드를 제공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연구수행을 원활하게 하고 성과를 내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2021년 사장 표창도 받는 등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 온 점 등을 고려하면 해고는 징계재량권 일탈 및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법인카드를 참가인 소속 연구원이 아닌 외부인으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행위가 부당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지했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장기간에 걸쳐 비위행위를 반복했다"며 "A씨의 비위행위는 공사의 연구개발비 운영에 관한 청렴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연구 전문기관으로서의 대외적 신뢰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