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정부 조치로 사업운영이 불가능했던 롯데면세점이 한국공항공사를 상대로 임대료를 전액 반환해달라고 청구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롯데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롯데면세점 운영주체들이 "임대료를 반환해 달라"며 한국공항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차임 일부면제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임대료 일부가 아닌, 전부를 면제해 줘야 한다는 취지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2016년 각각 김포공항과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면세사업자로 선정됐다.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국토부는 방역을 이유로 같은해 4월부터 국제선을 인천국제공항으로 일원화했다. 일원화 이후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매출은 0원이 됐다.

이후 국토부는 2020년 3월부터 8월까지 면세점 임대료를 50% 깎아주고 같은해 9월 이후에는 임대료를 면제했다. 하지만 롯데 측은 일원화가 시작된 2020년 4월부터 8월까지의 임대료 전액 면제조치를 취해달라며 지급한 50% 임대료를 반환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차임 전액을 면제할 순 없다며 기간별로 50~70% 임대료를 감액한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국제선 청사 폐쇄는) 코로나19 확산 및 국토부 조치로 인한 것일 뿐 피고인 한국공항공사의 책임 영역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닐 뿐만 아니라 피고로서도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거나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며 "면세점업은 국제정세, 주변국과의 관계, 국제적인 감염병 확산 등에 따른 여행수요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원고들도 이러한 요인을 모두 고려해 공개입찰을 통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므로 국제선 일원화 조치로 인한 손실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대인의 의무가 이행불능에 이르렀기 때문에 민법 537조에 따라 임대료를 청구하지 못한다고 봤다. 민법 537조는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당사자 쌍방의 책임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가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 재판부는 "임대차계약의 내용에 따라 공사는 롯데 측이 임대차목적물을 면세점 용도로 사용·수익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시켜 줄 의무가 있다"며 "국토부 조치로 국제선청사가 폐쇄됨에 따라 면세점 운영이 중단됐던 2020년 4월부터 8월까지 기간 동안 공사의 유지의무는 당사자 쌍방의 책임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됐으므로 롯데 측이 이미 지급한 차임은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