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에 위치한 김건희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오석진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에게 재판 형량을 줄여달라는 청탁을 받은 혐의를 받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2차 조사에 출석했다. 이 전 대표는 김 여사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특검팀 사무실이 마련된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이 전 대표가 특검의 조사를 받는 건 지난 21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 주포인 이정필씨로부터 2022년 6월∼2023년 2월 25차례에 걸쳐 8000여만 원을 받고 이씨가 형사재판에서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도록 힘써주겠다고 말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변호인 없이 서류 봉투를 손에 든 채 홀로 출석했다. 서류에는 혐의가 사실이 아니라는 각종 증거가 담겼다고 한다. '이종필씨가 회유했냐' '삼부 내일 체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경위가 무엇인지' ' 김 여사 측에 청탁한 사실 있냐' '삼부토건 주가조작에 연루된 것 인정하냐'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수사 발단이 된 이씨의 진술이 허위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다만 그는 지난 21일 특검에 출석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변호인이 휴가에서 복귀한 뒤인 오는 29일 출석하겠다고 특검에 알렸지만, 특검이 지속해서 출석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컨트롤타워'로 지목된 핵심 인물이다. 그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에도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부토건 전·현직 경영진들은 2023년 5~6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를 가장한 허위 MOU를 체결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주식을 매도해 부당 이득 369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특히 이 전 대표가 같은 해 5월 해병대 출신 지인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방에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는 메시지를 남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의 개입설이 부각됐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표에 대한 수사는 김 여사를 정조준하는 특검 수사의 분수령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