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 /사진=(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임신 36주차 태아를 출산시킨 뒤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의사와 산모 등 5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병원은 임신중절(낙태) 수술을 원하는 산모 500여명을 브로커를 통해 알선받아 14억원이 넘는 수술비를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정현)는 23일 병원장 윤모씨와 집도의 심모씨를 살인과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20대 산모 권모씨에 대해서는 살인 혐의를, 병원에 환자를 소개한 브로커 2명에 대해서는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의사인 윤씨와 심씨는 지난해 6월 임신 36주차인 산모 권씨에 대해 제왕절개 수술을 해 태아를 꺼낸 뒤 미리 준비한 사각포로 태아를 덮고 냉동고에 넣는 등의 방법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권씨가 임신 36주차에 낙태한 경험을 유튜브에 올려 논란이 되자 보건복지부가 수사를 의뢰했고 수사결과 고령으로 수술을 할 수 없던 윤씨 대신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대학병원 의사 심씨가 낙태수술을 집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씨는 당시 진료기록부에 권씨의 건강상태에 대해 '출혈 및 복통 있음' 등 허위사실을 기재하고 태아가 사산한 것처럼 꾸몄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수술사실이 논란이 되자 태아의 사산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하고 이를 화장대행업자 등에 보여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병원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윤씨가 입원실과 수술실 등을 폐쇄하는 것으로 변경허가를 받은 뒤 약 2년간 입원실 3개와 수술실 1개를 운영하며 낙태 환자들만 입원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윤씨와 심씨는 다른 병원에서 낙태수술이 거부된 24주차 이상 임신 고주차 산모나 의료기록을 남기길 원하지 않는 산모들로부터 건당 수백만원의 수술비를 받고 낙태수술을 집도했다. 2022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 브로커들을 통해 낙태를 원하는 산모 527명을 알선 받아 14억6000만원의 수술비를 취득하고 브로커들은 이중 3억1200만원을 수수료로 떼갔다.

2019년 4월 형법상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처벌 규정은 없는 상태다. 이러한 공백기를 노리고 일부 산부인과 병원과 브로커들이 임신 고주차 태아들에 대해서도 고액 수술비만 부담하면 낙태수술을 해주는 등 무분별한 낙태수술이 성행한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경제적 동기로 생명을 경시해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범죄수익금이 전액 추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