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대통령과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나서 "미필적 고의 살인에 버금간다"며 강력한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단순한 사후 처벌을 넘어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예방 시스템 구축이 빠르게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사회는 분노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하지만 사고는 반복된다. 이는 안전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는 안전을 단순히 비용으로 인식하거나 생산성 향상의 걸림돌로 여기는 구태의연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안전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기본권이다. 누구나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이며 이를 실현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 그리고 기업의 공동 책무이다. 따라서 안전관리는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공동의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

중대재해 예방의 핵심은 경영진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에 있다. 안전을 단순한 준법 차원을 넘어서 기업 경영의 핵심 가치로 내재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한 소극적 대응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적극적 경영전략이어야 한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안전관리 수준이 높은 기업일수록 생산성과 수익성도 함께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안전한 작업환경은 근로자의 사기를 높이고 이직률을 낮추며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따라서 경영진은 안전 투자를 비용이 아닌 미래를 위한 필수적 투자로 인식하는 전향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정부와 기업 등 모든 구성원이 협력해 사회 안전망 구축해야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통해 기업의 안전관리 의식을 제고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현재까지도 중대재해 발생률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순히 처벌 조항을 강화하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진정한 안전 사회 구축을 위해서는 처벌보다는 예방에 중점을 둔 접근이 필요하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안전관리 수준을 향상할 수 있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축하고 우수한 안전관리 사례를 공유하며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적·재정적 지원을 확대하는 등 포괄적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중대재해 예방은 특정 개인이나 조직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정부와 기업, 근로자, 시민사회 등 모든 사회 구성원이 참여하는 종합적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정부는 실효성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기업은 자율적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한다. 근로자는 안전 수칙 준수와 위험 요소 신고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또 시민사회는 안전 문화 확산과 감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러한 다층적 협력체계가 구축될 때 비로소 실질적인 안전 사회를 만들 수 있다.

특히 노사 간 신뢰와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안전 문제를 노사갈등의 소재로 활용하기보다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영역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근로자의 안전 관련 의견이 자유롭게 개진되고, 이것이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참여적 안전관리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체계적 인증제도를 통한 자율적 안전관리 문화 조성 필요중대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사후 처벌 중심의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과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는 혁신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경영진의 인식 변화와 함께 사회 전체의 안전 문화 정착을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대표적인 예로 기업의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종합적·체계적 평가를 통해 사전 예방에 힘쓰는 '인증제도' 방식을 제언한다.

중처법에서 요구하는 반기 점검 등 핵심 요건들을 체계적으로 점검해 기업이 실질적인 안전 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선제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준수 인증제(SCC)'를 개발, 시행하고 있다. 이 인증을 통해 기업이 법령에서 요구하는 안전 관리체계를 성실히 구축하고 이행했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어 만일의 사고 발생 시에도 경영진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을 인정받을 수 있는 강력한 근거자료가 된다.

형사·컴플라이언스 분야의 전문성과 풍부한 실무경험이 뒷받침될 때 인증제는 차별성을 갖는다. 특히 압수수색 대응센터를 24시간 상시 운영하며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까지 포함된 종합적 대응체계를 구축할 때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체계적 인증제도는 법조계에서 지속해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 해당 제도에 대한 필요성과 효과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중대한 사회적 과제를 다루는 만큼, 피상적인 접근을 넘어선 본질적이고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 분야는 형사법적 전문성과 기업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그리고 수사기관 대응 경험 등이 종합적으로 요구되는 고도의 전문 영역이다. 인증시스템이 진정으로 기업과 사회에 도움이 되려면 충분한 전문성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 노하우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김동주 법무법인 대륙아주 중대재해그룹 대외협력팀장./사진=법무법인 대륙아주

김동주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1부(현 공공수사1부), 공안2부(현 공공수사2부), 공공형사부(현 공공수사3부), 법무부 검찰국, 대검찰청 기획조정부,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 등을 거친 형사 분야 전문가다. 김 변호사는 대륙아주의 중대재해 대응그룹에 속해있다. 중대재해 그룹엔 김 변호사 외에도 검사장, 지청장 출신 등 수사 경력을 보유한 전문가들과 중대재해 업무에 특화된 변호사들이 팀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