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다. 요즘과 같은 시대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라는 지적도 있지만, 자칫 큰 손실을 불러올 수 있는 기업들은 모든 일에 반드시 신중함을 수반해야 한다. 특히 기업의 존폐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기업과 기업의 계약관계에 있어서는 더욱 철저해야 한다.

하지만 사업도 모두 인간이 하는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에 당장 눈 앞에 발생할 이익에 현혹되어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실제로 이러한 이유로 법무법인을 찾아오는 일이 상당하다.

한 예로 대기업에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납품하는 한 중소기업의 사장이 필자를 찾아와 억울함을 토로한 적이 있다. 오랜 기간 사업적 파트너를 유지해 온 대기업을 믿고 자신들의 핵심 노하우를 알려줬더니 계약기간 종료를 빌미로 더 이상의 계약 연장은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는 것이다. 대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할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이에 중소기업 사장이 문제를 제기하자 상대 측은 계약에 전혀 위반되지 않는 사안이라며 더 이상의 대화는 일절 거절했다는 것이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온 사장에게 필자는 안타깝지만 상대 측 주장대로 계약서 상 문제가 되지 않아 법적으로 구제받기 어렵다는 상담을 해야 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법률 지식이 부족해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불공정한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과는 달리 자체 법무팀이나 자문 변호사를 두지 않고 법적 검수 없이 협상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막상 문제가 벌어져 계약서 상의 협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진술 및 보장, 선행조건, 확약 등과 같은 영미법식 계약 용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문제가 발생한 다음에는 그저 '신뢰했다'는 말로 뒤늦은 후회를 할 뿐이었다.

불행하게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협상을 거쳐 계약서에 서명한 만큼 문제가 발생하면 법의 구제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불공정 계약으로 판단돼 분쟁에서 이길 기회를 가져도 소송까지 진행시킬 수 있는 비용이나 시간, 사업상의 위험을 중소기업에서 떠안아야 한다.

물론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가 법률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소송대리와 법률서비스를 지원하고 있고, 정부기관과 중소기업단체 등에서도 비슷한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인지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이 태반이다. 인지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같은 피해를 줄일 유일한 방법은 계약 전 사전점검뿐이다. 중요한 사안이라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불공정계약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의 지원책을 고심하기보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계약서 검수 등에 필요한 전문 인력과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더불어 불공정 계약 체결 회사를 감시하고 제재하는 방안도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