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원내대표실과 행정국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시도하고 있지만 국민의힘 반발로 대치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자발적으로 증거 등을 제출하는 '임의제출' 형식에만 응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특검팀은 "임의제출 방식 자체가 모호하다"며 선을 그었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3일 서울고검 청사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고 영장 집행의 절차 따라서 집행이 이뤄질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영장의 집행 방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임의제출이란 피의자나 관련자가 각종 증거물을 임의로 제출하는 행위를 뜻한다. 박 특검보는 이와 관련 "사무실에서 범죄 관련된 메모나 증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부분과 관련해서 어떤 메모가 있는지 모르는 채 메모를 달라고 하는 건 사실상 수색 주체가 당직자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의제출이란 기본적으로 원만한 협의로 이뤄지는 관계를 말하는 것"이라며 "이런 방식에 따른 (수사)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압수대상 기간 관련한 국민의힘의 주장에도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이 압수 대상 기간을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직후인 지난해 5월9일부터 영장 집행일까지로 설정한 것을 비판했다. 자료 수집 기간이 너무 길다는 이유에서다. 박 특검보는 이에 "기본적으로 의결 방해 혐의도 중요하지만, 계엄을 언제 인지한 지도 중요한 포인트"라며 "계엄에 대한 논의가 지난해 3월부터 진행됐는데 그때부터 추 전 대표가 인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영장 제시 없이 집행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압수수색 대상인 행정국 직원 5명 전원에게 영장을 제시했으며 영장 제시 장면도 모두 사진으로 촬영했다"며 "위법한 집행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외 영장이 지난달 30일 새벽에 발부됐음에도 특검팀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국회 개원 일정 등을 고려해 집행을 시도했다는 점도 부연했다.

박 특검보는 "국민의 대표자고 봉사자인 국회의원님들이 현명한 판단을 하시리라 믿는다"며 "법원이 발부한 적법한 영장인 만큼 그 집행이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압수수색 무산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전날에도 국민의힘 원내대표실과 행정국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국민의힘 반발로 인해 실패했다. 특검팀은 같은 날 추 전 대표의 자택, 국회 의원실, 지역구 사무실과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의 국회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동시에 진행해 영장 집행을 완료했다. 특검팀은 압수수색 영장에 추 전 대표를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의 피해자로 적시했다. 계엄 당시 조 의원은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을 지냈다.

비상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이란 추 전 대표 등이 윤석열 전 대통령 측 요청을 받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유도했다는 내용이다. 계엄 선포 직후 추 전 대표는 비상 의원총회를 소집했는데, 장소를 국회로 공지했다가 여의도 당사로 변경했다. 이후 다시 국회로 공지했다가 여의도 당사로 또 한 번 변경했다. 계엄 해제 요구안은 재석 190명·찬성 190명으로 가결됐으나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90명이 표결에 참석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