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중점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홍 전 차장은 전날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차려진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의 사무실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이 홍 전 차장을 불러 조사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특검팀은 홍 전 차장이 앞서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들을 종합해 조서를 새로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는 정치인 체포 지시가 실제 있었는지, 정치인 체포 지시 내용을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알고 있었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인 체포 지시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당일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해 "싹 다 정리해" "대공수사권을 줄테니 방첩사령부를 도와서 지원하라"는 등의 말을 했다는 의혹이다. 홍 전 차장은 통화 이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 정치인 체포 명단을 듣고 검거 지원 요청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정치인 14명 이름이 적힌 이 메모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증명하는 증거가 되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번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조 전 원장이 정치인 체포 지시를 인지하고, 실제 수행하려 했는지 살필 예정이다. 특검팀은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실 대접견실 CCTV(폐쇄회로TV) 영상을 분석하면서 조 전 원장이 집무실을 나가며 한 문건을 챙기는 모습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해당 문건에 정치인 체포 관련 내용이 적혀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조만간 조 전 원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만약 조 전 원장이 정치인 체포에 가담했다는 점이 입증되면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도 조 전 원장은 홍 전 차장의 비화폰 기록을 원격으로 삭제한 혐의 △ 홍 전 차장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 위증한 혐의 등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