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이 '사시존치' 원한다고?…익명편지 진위논란

하창우 변협회장이 13일 공개한 익명의 로스쿨 모임 명의의 편지봉투/사진=하창우 페이스북

하창우 변협회장이 공개한 익명의 로스쿨 모임이 보낸 편지 내용/사진=하창우 페이스북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익명의 편지 한통이 진위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하 회장이 지난 13일 밤 공개한 편지는 '로스쿨 개혁을 주장하는 로스쿨생 모임'이라는 명의로 돼 있고 주된 내용은 '사법시험 존치'와 '로스쿨생의 사시응시'를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로스쿨생을 사칭한 것"이라는 주장이 로스쿨쪽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장도 동일한 편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편지는 "법조인양성제도를 로스쿨로 일원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로스쿨생이 수 백명에 이른다"고 주장하며 "로스쿨 내부의 분위기때문에 침묵하고 있을 뿐"이라고 적었다.

아울러 "로스쿨 재학생 및 졸업생이 사시에 응시할 수 없게 돼 있는 현행 변호사시험법을 개정해 로스쿨생도 제한없이 사시응시가 가능하도록 해달라"고 하 회장에게 요청하며 "일부 로스쿨생들이 변호사시험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알리고 있다.

이 편지에 대해 하 회장과 사시생 모임 등은 "로스쿨에서도 사시존치를 바라는 학생들이 있다는 근거"라며 고무된 모습이다.

반면 로스쿨측에서는 모임의 존재유무도 알 수 없고 실제 로스쿨생이 보냈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보낸 주소와 우체국 소인이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봉투엔 '서울시 성북구 안암로 145 고려대학교 신법학관'으로 돼 있어 '고대 로스쿨생'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신법학관'은 우편주소로 적당하지 않은 건물이라는 게 고대 로스쿨 학생회측 주장이다. 게다가 서울 신촌역 사거리 부근의 '노고산우편취급국' 소인이 찍혀 있는 점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고대 로스쿨 학생회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통화에서 "우편·택배용 주소는 일반적으로 주로 생활하는 공간이고 우편택배함이 설치된 'CJ법학관'을 쓰지 주로 수업을 받는 건물인 '신법학관'을 쓰지 않는다"며 "학부출신이면 몰라도 고대 로스쿨 학생이라면 주소를 그렇게 적지 않았을 것"이라 지적했다.

이어 "학교 우체국도 있는데 인근도 아닌 신촌에 가서 편지를 부친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대 로스쿨내에 사시존치를 바라거나 사시응시를 가능하게 해달라는 모임이 있다는 소식도 아직 들어본 적 없다"고 전했다.

한편 사시존치활동을 하는 나승철 변호사는 지난 13일 낮 페이스북을 통해 "로스쿨 졸업생에게도 사시 응시기회를 줘야 한다"며 "재학생들의 사시 응시금지도 위험소지가 있다"며 익명의 편지 내용과 같은 취지의 게시물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