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7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첫 소환조사를 마친 지 하루가 채 되지 않아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김 여사 신병을 확보해 수사 동력을 얻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팀 일부 수사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어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특검팀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시한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정치자금법 위반(정치브로커 명태균 씨 공천 개입),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통일교 건진법사 청탁) 위반 등이다. 이는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 중 수사가 비교적 오랜 기간 진행된 것들로, 관련자 진술과 물증이 상당 부분 확보된 상태다. 오정희 특검보는 "구속영장 청구라는 행위 자체가 요건에 충족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전날 특검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이 받고 있는 각종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특검팀 내부에서는 "김 여사를 다시 불러 조사한다고 한들 실익이 없지 않느냐, 구속영장 청구를 미룰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물증이 명확히 나온 상황에서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면 수사기관은 통상 증거인멸의 우려가 높다고 보고 구속 수사를 한다"고 했다.

특검 특성상 수사기간이 제한된 점도 구속영장 청구 이유로 꼽힌다. 짧은 시간에 모든 의혹들을 규명하기 위해선 김 여사 신병을 확보한 뒤 수사가 진행된 부분들을 먼저 기소하고 나머지 의혹들에 대한 조사에 속도를 붙이자는 의견이 특검팀 내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특검팀 1호 수사인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핵심 피의자인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은 3주째 행방불명이다. 이른바 '집사 게이트' 의혹 역시 집사로 지목된 김예성씨는 해외 체류 중으로 조사가 불가능하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등은 압수수색이 최근 진행돼 아직 수사 초기 단계다.

특검팀 입장에서는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를 구속하면 수사에 속도를 내는데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김 여사에 대한 특검팀 수사는 겉으로 보기에 잘 풀리지 않는 상황으로 신병확보로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여사의 최측근이자 각종 의혹을 규명할 '키맨'으로 꼽히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최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것도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핵심 피의자가 구속되면 함구하던 이들도 하나하나씩 다 진술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만 법원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하면 특검팀 수사 동력이 상실되고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김 여사 측은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밝혀왔고 소환조사 통지를 받은 날 7시간 넘는 조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