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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부자들 스틸컷 |
최근에 개봉된 영화 ‘내부자들’을 통해 정치와 재벌, 언론의 유착관계에 대한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이 드러났다. 동시에 영화 속 주인공의 통쾌한 복수극을 바라보며 내부고발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내부고발자를 조직 내 부정행위를 호루라기를 불어 지적하는 사람이란 의미에서 ‘휘슬블러어(whistleblower)’로 표현한다.
내부고발자 제도와 관련하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도 기업범죄에 대한 내부고발제도는 비교적 최근에 도입됐다. 기업의 부정행위는 해당 기업의 근로자와 주주들에게는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지만 공익과는 무관하다는 사법부의 판단 때문이었다.
◇ 美서도 내부고발자 인식전환 본격화
2002년 제정된 사반스-옥슬리법은 이러한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최초의 법률이다. 엔론과 월드컴 등 기업의 회계부정 사건들이 연이어 터진 후 제정된 이 법은 금융사기에 관한 내부고발자 조항을 두고 있다. 주로 기업사기와 연방증권법 위반행위를 신고하는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해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보복이 가해진 경우의 민·형사상 대응방안도 함께 다뤘다. 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기업의 부정행위는 곧 공익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개혁을 위해 2010년 제정된 도드-프랭크법은 사반스-옥슬리법의 내부고발자 제도를 보완했다. 특히 내부고발자에 대한 포상을 통해 효율적인 부정행위 적발과 예방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1934년 증권거래법 제21F조항에 따르면 기업의 임·직원이 비리나 불법행위에 대하여 알게 된 경우 이를 경영진이나 회사 내부에 제보하지 않고 직접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에 제보할 수 있도록 했다. 내부고발자가 이러한 새로운 정보(original information)를 SEC에 제보해 100만 달러 이상의 과징금 또는 환수금을 징수하게 될 경우에는 징구한 금액의 10~30% 범위에서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 "도드-프랭크法, 비리제보자 보호방안 강화…최고 3000만弗 포상금도"
비리제보자에 대한 보복과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강화한 점도 눈에 띈다. 비리제보와 관련해 내부고발자가 해고, 정직, 괴롭힘 등 어떤 형태로든 차별 을 당하면 당사자는 피해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피해가 입증되면 내부고발자는 기산된 이자를 포함한 체불 임금의 2배와 제반 소송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다.
SEC도 직접 내부고발자에게 보복 또는 차별대우를 하는 기업에 강경한 대응조치를 할 수 있다. 2014년에 SEC는 비리를 제보했다는 이유로 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 등의 보복행위를 한 헤지펀드 자문업자를 대상으로 제보된 불법행위와 별도로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행위 사유를 추가한 행정소송을 제기해 220만 달러의 합의금을 받았다.
SEC에 따르면 2011년~2014년간 제보 건수는 모두 1만193건으로 매년 10%의 증가 추세를 보인다. 포상금 지급의 건수와 액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포상금을 받은 이들은 14명이다. 이 중 9명이 2014년에 포상금을 받았는데 그 중 한 명이 받은 포상금은 3000만달러에 달한다. 종전까지 20년간 5명에게 총 16만 달러의 포상금을 지급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규모로 증가한 셈이다.
하지만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 이슈는 미국 연방법원에서도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제5연방항소법원은 Asadi v. G.E. Energy (USA) LLC 사건에서 “도드-프랭크법에서 보호하는 내부고발자는 비리제보를 SEC에 직접적으로 제보한 자를 의미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최근 제2연방항소법원은 Berman v. Neo@Ogilvy LLC 사건에서 “도드-프랭크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내부고발자의 범위가 SEC에 직접적으로 제보한 내부자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해 엇갈린 의견을 표명하였다.
이에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임·직원들도 도드-프랭크법상의 ‘내부고발자’에 해당할 경우 정상적인 기업의 인사조치도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다. 이후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미국 기업들의 내부통제 프로그램 운영은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 내부고발제도, 내부통제 시스템과 유기적 기능필요
우리나라도 2011년부터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제정해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내부고발자 보호제도가 보호대상을 공공분야로 한정하고 있던 점을 개선해 기업의 내부고발자도 적용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사반스-옥슬리법의 취지와 유사하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분식회계 내부고발자에 대한 포상금의 상한선을 기존 1억원에서 5억원으로 높이기로 결정했다. 기존의 포상금이 신고자가 감내해야 하는 불이익이나 위험에 비해 포상금이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5억원이란 상한선도 주가조작 신고 포상금이 20억원에 달하는 데 비해서 여전히 적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적 개선은 외적 장치의 강화에 불과하다. 궁극적으로는 내부고발자 보호가 비리제보를 활성화시키고 이러한 흐름이 기업의 내부통제시스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대다수 많은 임·직원들은 포상금 때문에 제보하기 보다는 회사가 처한 위험을 해결하고자 내부자 고발을 하기 때문에 내부고발자에 대한 회사 차원의 내부통제장치를 우선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다른 임·직원들에게 내부제보를 장려하는 효과가 될 것이다.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자체 조사 중인 폴크스바겐의 내부고발자 사면 카드가 그 일례다. 폴크스바겐은 지난 해 11월 사내 통신망을 통해 배출가스 조작 사건에 대해 상세하게 제보하는 내부고발자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사측의 요청에 응해 사건의 전말을 고발하는 임·직원은 해고 등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대우건설의 39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 사실이 1년 9개월간에 걸친 장기간의 회계감리 과정에서 드러났다. 내부고발을 통해서 이 사실이 밝혀졌다면 보다 빠르게 그리고 보다 적은 손해로 마무리 될 수도 있었다. 보다 근본적으로 내부고발제도와 내부통제시스템이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효율적으로 기능한다면 이렇게 어이없는 분식회계가 미연에 방지될 수도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내부고발제도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미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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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한국외대 법학사,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법학석사, 미국 워싱턴대 법학박사 학위와 미국변호사(D.C.)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기업지배구조와 금융법 등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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