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명의신탁' 증여세 납세의무자는 누구

Q. A는 B의 부탁으로 B가 실제 소유하고 있는 비상장주식에 대해 A의 명의를 대여하기로 하는 주식명의신탁 약정을 체결하고 명의개서(주주명부등록)까지 완료했습니다. 이후 A와 B 사이에 다툼이 발생했고 관할세무서는 이런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관할세무서는 A에게 증여세 부과 처분을 내리고, 연대납세의무자인 B에게도 같은 취지의 증여세 부과 처분을 내렸지만 B는 납부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A는 자신이 주식의 실제 소유자도 아니고 아무런 재산상 이익도 얻은 바 없어 억울한 생각이 들었지만, 관할세무서의 강제징수절차가 염려돼 울며 겨자먹기로 일단 세금을 냈습니다. 이후 A는 연대납세의무자인 B에게 구상 청구를 하고자 합니다. A는 선납한 증여세를 B로부터 되돌려 받을 수 있을까요?

A.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45조의 2는 명의신탁 한 재산의 경우 그 가액을 명의자가 실제 소유자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증여의제)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명의수탁자 A는 증여세를 부과 받습니다. 이는 재산이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납세의무자가 된다는 실질과세원칙의 예외를 인정한 것입니다. 즉, A의 입장에서는 자신은 아무런 대가 없이 호의로 B의 주식을 관리해 주고 오히려 증여세를 내게 됐기 때문에 매우 억울할 것이지만, 상증세법 또한 나름의 이유를 갖고 있습니다.

상증세법 제4조의2 제5항 4호는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의 경우 명의신탁자 B는 명의수탁자 A가 납부할 증여세를 연대해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곧바로 A는 이에 근거해 연대납세의무자자인 B에게 자신이 선납한 증여세를 되돌려 달라는 소를 제기했으나 기각됐습니다.

A는 명의신탁에 동조함으로써 명의신탁자 B의 증여세 회피행위를 가능하게 한 명의수탁자의 책임이 있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가운데 누구를 1차 납세의무자로 할 것인지의 문제는 입법재량에 속하므로(대법원 2010. 9. 30.자 2010아54, 2010두10846 결정), 명의수탁자인 A에게 부과된 증여세의 납부의무는 원고 자신의 의무로 봤기 때문입니다.

또 상증세법상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와 연대해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해도 증여세의 1차적 납세의무자는 명의수탁자인 A임이 명백하기 때문에 B는 연대채무자가 된다고 볼 수 없어 A는 B에게 민법 제425조 제1항의 연대채무자의 구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상증세법 제4조의2는 과세관청이 A, B 모두에게 증여세는 징수할 수 있음을 규정한 것이지 A, B 사이에 내부적으로 연대채무관계가 있음을 규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 체크포인트

회사의 규모를 불문하고 주식명의신탁은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관할세무서에서 이를 인지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 증여세가 부과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하지만 A와 같이 호의로 명의를 대여해 줬다가 예상치 못하게 증여세가 부과돼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누구든 명의신탁 약정을 체결할 땐 보다 신중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