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사진=뉴스1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포격으로 사망한 민간인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1억원대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 판결로 배상받을 길이 막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A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4888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1950년 9월 경북 포항의 한 바닷가에서 미 태평양함대 소속 구축함 헤이븐호가 쏜 함포를 맞고 숨졌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10년 6월 A씨를 희생자로 결정했다.

A씨 유족은 과거사위 결정을 토대로 2013년 6월 소송을 내 1심에서는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할 것을 주문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 측은 손해배상 청구권의 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는데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과거사위는 망인의 희생을 국가 소속 공무원 때문이 아닌 미군의 가해행위 탓으로 결정했다"며 "원고가 이 같은 진실규명 결정에 기초해 국가를 상대로 권리를 행사할 경우 국가는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권리소멸을 주장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과거사위 결정이 있고난 뒤 3년이 지나기 전에 소송을 제기해 무방하다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과거사위가 국가의 책임을 명백히 인정하는 결정을 내놨어야 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