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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전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돼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아더 존 패터슨(37)이 당시 수사검사를 맡았던 박재오 변호사(58·22기)를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패터슨은 공정하지 않다며 반발했다.

29일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준) 심리로 열린 항소심 1회 공판에서 패터슨 측 변호인은 "박 변호사가 당시 범행 현장에 출동해 현장상황을 잘 알고 있다"며 "수사 결과 에드워드 리(37)를 단독 범인으로 기소한 이유에 대해 들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사는 수사를 한 사람이지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아니고, 수사결과는 기록에 다 나와있다"며 증인신청을 기각했다. 이어 "증거법상 수사검사가 증인으로 나와 할 수 있는 것은 본인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지만 이 사건의 경우 박 변호사가 직접 경험한 바가 아니기 때문에 그 증언이 진실규명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패터슨은 "검사 측에서 신청한 증인은 모두 받아들여진 반면 본인이 신청한 증인은 채택되지 않아 불공정하다"며 반발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터슨의 변호를 맡은 오병주 변호사는 이날 법정에서 "패터슨은 살해한 사실이 없다"며 재차 무죄를 주장했다. 오 변호사는 "당시 패터슨은 리가 마약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하고 화장실에 따라 들어갔다가 우연히 리의 범행을 목격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1심에서 리보다 패터슨에게 더 많은 피가 묻어있었다는 점을 유죄의 근거로 삼았지만, 목격자의 진술에 의하면 리가 피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며 "패터슨의 옷은 범행 직후 압수된 반면 리의 옷은 세탁 후 닷새가 지나서야 제출됐다"고 지적했다. 또 옷에 묻은 피의 양보다 혈흔의 형태가 가해자를 가리는데 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리가 범행 직후 친구들에게 '우리가 재미로 사람을 찔러 죽였다'고 고백했는데 이같은 범행 동기는 가해지만이 설명할 수 있다"며 리가 진범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앞선 수사과정에서 '사람을 찔러 죽였냐'는 거짓말탐지기의 질문에 리는 모두 거짓 반응을 보인 반면 패터슨은 진실 반응을 보인 점도 근거로 내세웠다.

한편 재판부는 패터슨 측에서 1심에서 증인으로 신청했다가 주소보정을 이유로 기각된 목격자들에 대해 소재를 파악해 소환하기로 했다. 패터슨에 대한 항소심 2회 공판은 다음달 26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