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사진=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정신적 피해를 본 시민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당 판결은 가집행선고로서 판결이 확정되기 전 윤 전 대통령이 상소를 제기하더라도 시민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공탁 등 담보를 제공하면서 가집행금지를 신청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단독(부장판사 이성복)은 25일 이모씨를 비롯한 시민 104명이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해 1인당 10만원을 배상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부장판사는 "피고(윤 전 대통령)는 비상계엄 선포 후 일체 국회에 통고한 바가 없고 국무회의 심의나 관계 국무위원들이 이와 같은 절차를 지켰다고 볼 자료도 부족하다"며 "절차적 요건도 갖추지 못한 위헌·위법 행위"라고 했다.

이어 "계엄 해제에 대한 피고의 소극성, 후속 조치 행위는 정신적 고통을 주장하는 원고(시민)에 대한 고의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이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 및 일련의 조치들을 지켜본 국민들인 원고들이 공포와 불안, 불편과 좌절감, 수치심으로 표현되는 정신적 고통 내지 손해를 입은 게 경험칙상 명백하다"며 "피고는 원고들에게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위자료 액수는 적어도 원고들이 청구한 10만원 정도는 충분히 인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은 소송을 제기한 시민 104명을 상대로 총 1040만원에 달하는 위자료를 지불해야 한다. 소송비용도 윤 전 대통령이 부담하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이 위자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소송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소장 부본이 송달된 다음 날인 지난 4월 30일부터 돈을 지급하는 날까지 연 12% 지연 이자가 붙는다.

해당 판결은 가집행선고로서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윤 전 대통령이 소를 제기한 시민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단 판결은 집행될 수 있다. 윤 전 대통령이 상소하더라도 위자료를 지급해야 하는 절차엔 아무 지장이 없다. 가집행 선고란 판결이 확정되기 전 판결에 집행력을 부여하는 제도로서 승소자의 신속한 권리 실현에 이바지하고 패소자가 강제집행의 지연을 노리고 상소를 제기하는 행위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은 해당 판결의 집행을 막으려면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할 수 있다. 다만 강제집행정지 결정이 이뤄지기 위해선 윤 전 대통령이 이번 판결 금액에 따른 1000만원가량의 현금을 공탁하거나 보증보험증서를 발급받아 제출하는 등 담보 제공을 해야 한단 조건이 붙는다.

만일 상소심에서 본안 판결이 취소 및 변경된다면 윤 전 대통령이 시민에게 지급한 위자료의 반환이 이뤄져야 하고 나아가 가집행으로 인한 손해도 구할 수 있다.

이번 소송은 원고인 '윤석열 내란 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 소송 준비모임'이 지난해 12월10일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 청구 소송을 내면서 시작됐다. 준비 모임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국회 측 대리인을 맡았던 이금규 변호사가 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