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검찰, 검찰로고 /사진=김현정

지적장애인 남성을 물고문해 7000만 원을 갈취한 20대 남성 두 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적장애인 피해자까지 공갈 방조범으로 송치한 경찰 판단을 뒤집고, 피해자의 의사 능력이 만 7세 수준에 불과하다는 임상심리 분석 결과를 근거로 불기소 처분했다.

2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조아라)는 이날 특수공갈·공동공갈·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주범인 20대 남성 김모씨를 구속 기소하고 공범인 20대 남성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22년 11월~2023년 3월 당시 20살이던 지적장애인 남성 B씨를 세 차례 서울로 유인한 뒤 B씨의 얼굴에 수건을 덮은 채 물을 뿌리고 빨대를 라이터로 녹여 손등에 떨어뜨리는 등 폭행하고 대출을 받게 해 7000만 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는다.

김씨 등은 또 B씨의 어머니를 상대로도 B씨가 빚을 진 것처럼 속여 350만 원을 가로채고 B씨의 후배를 유인한 뒤 협박해 295만 원을 빼앗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범행 과정에서 'B씨의 채무를 대신 갚아야 B씨를 집에 보내주겠다'고 말하는 등 인질극에 가까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초동 수사를 맡은 경찰은 B씨가 후배를 데려와 피해를 키웠다며 공갈 방조 혐의를 적용해 지난해 11월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임상심리 전문가에게 감정을 의뢰한 결과 B씨의 의사 결정 능력이 만 7세3개월 수준에 불과하다는 소견을 받아 방조 혐의를 벗겼다. 검찰은 "B씨의 범행 가담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범죄피해자보호법에 따라 B씨에게 신변 보호, 심리 치료비 지원, 신뢰관계인 법정 동행 등 종합 지원책을 마련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 인권을 철저히 보호하고, 피고인들에게는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