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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가명)씨는 2010년7월 원주시에 있는 땅을 아들인 도민(가명)씨와 손자에게 각각 줬다. 그리고 황철씨는 3달 뒤 사망했다.
황철씨가 사망했지만, 도민씨는 상속을 받을 수가 없었다. 7년 전인 2003년 누나인 도정(가명)씨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쳐 상속결격자가 됐기 때문이다. 도민씨가 상속결격자가 되면서 아내인 정민(가명)씨와 두 자녀가 대습상속인이 됐다.
황철씨가 사망하자, 황철씨의 또 다른 자식인 민구(가명)씨는 이들을 상대로 상속분할심판청구를 했다. 그러면서 도민씨가 황철씨에게 받은 땅은 '특별수익'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상속결격자가 받은 땅..원칙적으로 '특별수익' 아니다"
대법원은 "특별수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민법 제1008조는 공동상속인 중에 재산을 미리 받은 특별수익자가 있을 때 공동상속인들이 공평하게 상속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받은 재산을 미리 상속받은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상속분을 산정할 때 이를 고려하는데 취지가 있다"며 "상속결격사유가 발생한 이후 직접 받은 경우 그 수익은 상속인의 지위에서 받은 것이 아니기때문에 원칙적으로 상속분의 선급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대법원 2015.7.17. 선고2014스206 결정).
민법은 상속인의 상속권을 박탈시키는 '상속결격제도'를 두고 있다. 즉 △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한 자 △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자 △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 △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자 △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 변조 파기 또는 은닉한 자는 상속인이 될 수 없다(민법 제1004조). 상속인이 결격자가 된 경우에는 그 상속인의 배우자나 직계비속이 대신 상속을 받는, 즉 대습상속을 하게 된다(제1001조, 제1003조 제2항).
이 사건에서 도민씨는 고의로 누나를 살해하려고 했기때문에 민법 제1004조 제1호에 해당해 상속결격자가 됐다. 그런데 그 후 아버지 황철씨는 도민씨에게 땅을 줬다. 공동상속인인 민구씨는 이것이 도민씨의 대습상속인인 정민씨와 두 자녀의 특별수익에 해당하니, 그들의 상속분을 계산할 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속결격자 원래부터 상속인 아니었던 것과 같아"
상속결격사유가 발생하면 법원의 판결이 없어도 당연히 상속권을 잃는다. 상속이 개시되기 전 결격사유가 발생하면 그때부터 상속인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한다. 상속개시 후 결격사유가 발생하면, 상속개시 때까지 소급해 상속인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한다. 즉 상속결격자는 '원래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자'와 같이 취급한다.
도민씨는 상속결격자라서 상속인이 아니기때문에, 황철씨가 도민씨에게 준 땅이 도민씨의 특별수익이 될 수 없다. 특별수익은 '공동상속인'인 경우에만 문제되기 때문이다(민법 제1008조).
문제는 도민씨에게 준 것이 대습상속인인 정민씨와 두 자녀의 특별수익이 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상속분을 계산할 때 특별수익으로 증여를 참작하는 것은 '공동상속인'이 증여를 받았을 경우에만 발생한다. 따라서 상속결격자처럼 상속인이 아닌 사람이 재산을 받았을 때는 원칙적으로 대습상속인의 특별수익으로 보지 않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를 확인한 것이다.
이는 "대습상속인이 대습원인(피대습자의 사망)이 발생하기 전에 증여를 받은 경우 이는 상속인의 지위에서 받은 것이 아니라서 상속분의 선급으로 볼 수 없고, 특별수익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2014.5.29.선고2012다31802) 판결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재산 물려주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
대법원은 특별수익이나 유류분에 관한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해 적용범위를 가급적 확대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공동상속인 간의 '공평한 재산분배'보다는 상속재산의 처리에 관한 피상속인, 즉 '물려주는 사람의 의사'를 더 존중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증여의 경위·증여된 물건의 가치·성질·수증자와 관련된 상속인이 실제 받은 이익 등을 고려해 "실질적으로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인에게 직접 증여된 것과 다르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상속인의 배우자나 상속인의 자녀 등에게 증여된 것도 특별수익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다(대법원 2007.8.28.선고2006스3결정).
이러한 판례의 취지에 비춰 볼 때, 이 사건에서도 황철씨가 도민씨에게 토지를 증여한 경위 등을 고려해, 실질적으로 대습상속인인 정민씨와 두 자녀에게 증여한 것과 같은 것이라 볼 수 있으면 특별수익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판결에서 '원칙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바로 이러한 경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도민씨가 이미 상속결격자가 됐는데도 굳이 도민씨에게 토지를 증여한 것을 보면 황철씨는 반드시 도민씨에게 증여를 하고 싶어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증여를 실질적으로 정민씨와 두 자녀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여론이지만, 이 사건에서 도민씨는 상속개시 당시 이미 상속결격자로서 상속인의 신분을 상실하였는데 어떻게 도민씨가 상속재산분할심판의 상대방이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상속재산분할심판은 상속인이 다른 상속인 전원을 상대로 하여 청구하는 것이므로 상속인이 아닌 도민씨는 상속재산분할심판의 당사자적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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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바른의 김상훈 변호사는 43회 사법시험(연수원 33기)에 합격해 법조인의 길에 들어섰다. 고려대에서 친족상속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의 상속법과 신탁법에 관한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주로 가사·상속·신탁·가업승계 등을 전문분야로 가족간 가족기업에서 발생하는 복잡다단한 이슈들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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