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위와 같은 상담방식은 일종의 '사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상담 내용에 대해서 책임지는 일은 거의 없고, 소송의 결과는 순전히 당사자가 감내하여야 할 몫으로 남게 됩니다.

결국 소송당사자 스스로 현명해 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민사소송법은 '신속'과 '경제'도 그 이상(理想)

많은 사람들이 민사소송과 관련하여 저지르는 오류는 법원이 "진실과 정의만을 추구하는 기관"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는 일부만 맞고 일부는 맞지 않는 생각입니다.

우리 민사소송법은 그 첫머리에서 "법원은 소송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제1조 제1항), 이와 관련하여 민사소송의 이상은 적정, 공평, 신속, 경제의 4가지라고 해석됩니다.

적정, 공평과 신속, 경제는 서로 조화되어야 할 개념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서로 충돌하기도 합니다. 법원이 적정, 공평만을 추구한다면 얼마든지 시간을 들여서 직접 사건의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게 되면 민사소송의 또 다른 이상인 신속과 경제의 이념을 침해하게 됩니다.

결국 우리 민사소송법은 '일정한 시간과 비용의 제약 하에서 되도록이면 진실과 공평을 추구할 수 있는 소송절차'를 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민사소송은 일종의 '게임'입니다

민사소송법은 가급적이면 공평하면서도 빠르고 싸게 진실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여러가지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장치들이 어떤 것인지는 민사소송법을 제대로 공부해야 알 수 있겠지요.

그러나 쉽게 말하면, 민사소송법은 소송당사자로 하여금 민사소송법이 정하고 있는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싸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잘 싸웠다고 보여지는 쪽에게 승소판결을 내리는 소송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일종의 게임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러나 소송당사자는 민사소송이라는 게임의 법칙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이래서야 게임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상대적인 진실을 모색하기도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민사소송법은 모든 소송당사자에게 게임의 법칙을 잘 아는 변호사로 하여금 대신 싸워줄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는 것입니다. 즉, 변호사는 마치 전투기술을 갈고 닦은 '용병'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물론 소송당사자 그 자신의 힘이 세거나 보검을 가진 경우에는 용병도 이겨낼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용병과의 싸움이 쉽지는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민사소송법을 공정한 제도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는 자본주의 원리가 적용되는 한 따를 수밖에 없는 한계입니다. 예컨대 교육의 경우에도 모든 사람에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공평하게 마련되어 있지만 더 많은 교육비를 투자하면 고품질의 교육이 제공되기도 합니다. 결국 자본주의 원리에서의 평등은 '기회의 평등'을 의미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에 "법률은 강자의 편"이라는 비판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이 원래부터 강자의 것은 아닙니다. 다만 경제적인 차이로 인하여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현실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나홀로소송의 잦은 실수는 '불리한 사실관계 쏟아내는 것'

민사소송에서 사실관계와 법리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묻는다면 저는 당연히 '사실관계'를 선택할 것입니다.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법리를 적용하는 것이 옳다는 정도의 주장만 할 수 있을 뿐이고, 기본적으로 법리의 적용에 관한 책임은 법관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주의하여야 할 것은 법리도 그냥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법리가 적용되기 위한 요건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한 사실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다툼의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소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관계입니다. 그리고 사실관계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소송당사자 자신입니다. 그렇다면 소송당사자가 소송서류의 양식만 구한다면 스스로 나홀로소송을 진행함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많은 사건의 소송당사자들은 나홀로소송을 진행하면서 그 의미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스스로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관계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송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쏟아내는 사실관계는 그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습니다.

나홀로소송을 진행하면서 스스로 작성한 서류를 법원에 제출하기 전에 변호사로 하여금 검토 받는 기회라도 제공될 수 있다면 '법이 강자의 것'이 되어 버리고 마는 안타까움은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정수 변호사는 15년간 법무법인 율촌에서 근무하다가 서귀포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한변의 법률사무소'라는 1인 법률사무소를 개설했다. 법률서비스의 새로운 대안을 통해 전국 각지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로펌 중국사무소 대표를 맡기도 했던 중국전문가로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선 나홀로소송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