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학생들이 사탕 및 과자를 고르고 있다./사진=뉴스1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서 우리 시대 아버지상으로 자리 잡은 영화배우 성동일과 몸짱 스타 권상우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탐정이 작년에 개봉됐었다. 그런데 그 영화 속 성동일에게 경찰서 팀장이 지시하는 내용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고 싶다.

경찰서 팀장은 영화 속에서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경찰대 출신 베테랑 수사관을 업무에서 배제시키기 위해 "문방구 돌면서 불량식품이나 단속하라"는 말을 한다. 불량식품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식품 관련 법령 위반자 평균 벌금액 599만원에 불과

기존에 불량식품이라는 용어는 저가 또는 저품질의 제품에 국한해서 사용됐다. 그러던 것을 3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식품 관련 법령에 위배되는 모든 식품을 통칭하는 것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용어에 대한 혼란이 가중됐다. 불량식품은 경찰 등 단속기관이 점수를 올리기 위한 먹잇감으로 전락해 버렸다.

학교 앞 문방구에 가면 다른 장소보다 표시기준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은 수입 식품이나 유통기한이 경과한 제품이 많다. 단속기관은 이를 판매하는 영업자들을 매우 쉽게 적발할 수 있다. 또한 적발을 하면 4대악으로 규정된 불량식품 근절 추진 정책에 앞장서는 것으로 여겨져 승진이나 고과 평가에도 이익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과 필자가 2014년 12월 식품안전에 대한 형사정책적 방안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했다. 이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식품관련 법령 위반자들에 대한 평균 벌금액은 599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의 통계다.

불량식품 관련 허위표시에 대한 법령은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5천만원 이하를 병과(동시에 둘 이상의 형벌에 처함)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대법원 양형기준에는 가장 최소 단위가 징역 8월 이하이다. 이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실질적인 처벌은 대부분이 벌금형이고 그마저도 6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법원이 현실과 법 규정에 차이가 크다는 것을 인정해 적용했기 때문이다.

규정 세분화 필요…과징금으로 부당이익 환수 방안 등 고려해야

과연 이런 단속과 이로 인해 약식기소로 벌금형을 받을 것이 뻔한 전과자들을 양산하는 것이 진정 불량식품 근절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이와 더불어 식품사건이 발생하기만 하면 무조건 형사 처벌 강화 대책을 발표하는 식약처의 대응은 정말 불량식품을 근절할 수 있을까. 

결국 처벌을 현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된 정책 추진과 결과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정으로 불량식품을 근절하기 위해서라면 처벌 규정을 세분화해야 한다. 계도할 것은 계도하고 제대로 처벌할 것은 보다 더 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 형사 처벌보다는 과징금 등의 행정처분으로 부당이익을 환수하는 것이 핵심이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의 형사 정책 연구를 참고해서 관련 법령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스카이특허법률사무소의 김태민 변호사는 1973년 태어나 변호사시험 1회에 합격했다. 식품영양학이라는 전공을 살려 식의약 관련 사건을 주요 분야로 삼아 일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식품과 의약품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