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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이사(왼쪽)가 10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구치소로 송치되고 있다./사진=뉴스1 |
50억원의 성공보수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소위 정운호게이트로 법조계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대법원이 무효로 본 성공보수 약정은 여전했다. 과거 대형 법조비리 사건에서 문제된 불법브로커나 판검사와의 친분과시를 통한 싹쓸이 관행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계약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변호사 업계를 흔들어 놓은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그 이유로 사법제도 신뢰저하를 꼽았다. 변호사가 형사 판결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데도 자신들의 영향력 때문에 형사 판결이 바뀌는 것처럼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대법 "형사 성공보수 무효"라 판결했지만…현실은 딴판
변호사가 피고인에 대한 형사처벌권에 대한 변호업무로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데 있어서 한계가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아버지의 석방 사례금으로 1억원을 지급한 뒤, 성공보수가 과다하다며 반환청구한 원고 의뢰인의 손을 들어줬다.
변호사는 1억원은 부당하게 과다한 것이 아니라며 맞섰고 원심도 성공보수약정을 인정해 일부 금액만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에 대해 형사사건에서 특정 수사방향이나 재판 결과를 대가로 금전을 주고받기로 한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합의를 무효로 보았다. 아울러 종래의 입장을 변경함을 명시하고 향후 체결되는 성공보수약정은 무효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이 판례변경까지 하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한 것은 형사 성공보수약정과 그간의 법조계의 관행에 대해 대법원의 정책적 결단을 단호히 보여주려한 측면이 있다.
당시 변호사 업계는 크게 반발했고 현실에 맞지 않는 이상론적 판결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렇다면 과연 대법원 판결 이후 법조계에서 형사 성공보수가 사라졌을까.
그렇지는 않다는 게 법조계평가다. 변호사들이 형사 성공보수로 벌어들이던 수입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성공보수의 형태가 바뀌거나 착수금이 높아지는 등의 부작용도 생겼다.
예를 들어 과거 성공보수 약정서를 체결한 것을 대신해 '분할보수제' 약정서를 쓰는 경우가 있다. '착수금 000만원 위임종료시 000만원을 지급한다'고 약정하고 위임종료시의 잔금을 사실상 '성공보수'로 받는 식이다. 이런 경우 형식적으로는 성공보수가 아니라 잔금에 해당한다. 의뢰인과 변호사가 잔금을 '성공보수'로 여기고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경우 변호사가 잔금을 포기하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은 양측의 신뢰관계가 깨지면 지켜지기 어렵다. 의뢰인이 잔금을 주지 않기 위해 '사실상의 성공보수이므로 무효'라 주장하고 이를 입증까지 한다면 변호사로선 받기 힘들다. 반대로 변호사가 재판결과가 좋지 않아 성공보수 개념의 잔금을 받을 수 없음에도 약정서상 잔금이니 받겠다고 나서면 의뢰인은 잔금이 실제로는 성공보수였음을 입증해야 한다.
50억원의 성공보수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정운호 게이트도 결국은 양측의 신뢰가 깨지면서 서로의 주장이 다른 경우다. 정운호측은 50억원 전부가 성공보수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로 최 변호사는 일부인 20억원은 다른 민사사건 등도 포함한 착수금이라고 주장한다.
이밖에도 대형 로펌 등에선 타임차지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성공보수를 대체하기도 한다.
◇과다 성공보수는 전관 비리와 연결돼
과다한 성공보수 약정문제는 전관 변호사들에게서 더 불거질 수 있다. 전관에게 영향력을 기대하면서 과한 금액을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10년차 개업 변호사인 A씨는 "보통 형사 사건 착수금은 교통비와 복사비 등 실비 포함해 500만~2000만원 수준인데 전관들은 수천만원부터 받거나 퇴직하고 얼마 안된 고위 법관이나 검사 출신은 1억원 정도 받는 경우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나치게 많은 돈을 주면서 의뢰인들이 기대하는 것은 전관예우 혹은 인맥에 의한 구형 조정이나 판결 재량"이라며 "법조 브로커로 불리는 이들이나 일부 사무장들이 구속을 피하고 싶거나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지길 원하는 돈 많은 의뢰인의 급한 마음을 이용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성공보수 문제를 야기하고 법조비리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받는 '전관 예우'에 대해 변호사들은 과거보다 줄어 들긴 했지만 일부는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서초동 로펌에 근무하는 B변호사 역시 "형사사건에서 전관 효과는 있다"며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 검찰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면 불기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 비해 전관 영향력은 줄었지만 기소 여부가 애매한 경우에는 전관 영향력이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관 활용방식도 일부 달라지기도 했다.
B변호사는 "예전에는 부장출신이 옷벗고 나와서 기소 단계에 관여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부장검사들이 일선 검사들한테 기소 여부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지휘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도 "요새는 관 출신을 팔아서 장사를 하는 로펌같은 경우에는 전관 하나 붙이고 그 다음에 4~5년차 검사출신의 실질적으로 담당 부서랑 아는 사이인 변호사를 하나 더 붙여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B변호사는 "예전에는 부장출신이 옷벗고 나와서 기소 단계에 관여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부장검사들이 일선 검사들한테 기소 여부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지휘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도 "요새는 관 출신을 팔아서 장사를 하는 로펌같은 경우에는 전관 하나 붙이고 그 다음에 4~5년차 검사출신의 실질적으로 담당 부서랑 아는 사이인 변호사를 하나 더 붙여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빈익빈 부익부…지방 법조시장 '싹쓸이' 변호사 여전
전관예우에 대해 현재는 실체가 없을 정도로 큰 의미가 없다고 보는 변호사도 일부 있다. 하지만 수사·재판 진행이나 압수품 반환 등에 편의를 봐주는 형태는 쉽게 목격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인식이다.
일부에선 전관 비리도 문제지만 지방의 작은 법조시장 단위에선 형사사건 싹쓸이가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과거 의정부·대전 법조비리 수준의 문제는 현재 서울 등 대도시에선 찾기 힘들지만 지방 분위기는 다르다는 얘기다. 법조인 수가 적은 도시에선 현직 판검사들과 변호사의 관계가 서울과는 달리 매우 친밀하다.
따라서 판검사 출신이 있는 법률사무소에 사건이 쏠리기도 한다. 때론 전관이 아닌데도 판검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런 경우에는 법조비리로 연결될 소지가 크다. 판검사와 변호사의 교제는 결국 향응 등이 포함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선 일부변호사가 무리한 방식으로 판검사와 친분을 쌓고 그를 바탕으로 영업을 하더라도 밖으로 알려지지 않는다. 법조 특유의 폐쇄성과 동료의식에 의한 감싸기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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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월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관예우 척결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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