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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거래 규제'…美처럼 민사제재 필요하다

[the L][윤승영의 아메리카Law] 민사과징금 규제강화, 소비자 피해기금 도입도 고려 필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11일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 혐의를 받고 있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의 사무실과 자택 등지를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진해운 본사 모습. /사진제공=뉴스1

최근 최은영 전 한진해운 (12원 하락26 -68.4%) 회장 일가가 한진해운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자율협약) 신청결정 이전에 보유 주식을 장내에서 처분한 사건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최 전 회장과 일가가 주식을 전량 매각하는 과정에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혐의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단은 혐의가 있다고 보아 이 사건을 패스트트랙 제도를 활용해 지난 10일 서울남부지검으로 넘겼다.

일반적으로 내부자거래(Insider Trading)란 이른바 정보의 비대칭을 이용하는 행위로 회사 내부자가 자신의 지위와 관련해 지득한 비공개의 중요한 회사정보를 이용해 회사증권을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자본시장법은 주권상장법인의 주요주주, 임직원 기타 회사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자가 회사의 업무 등에 관한 미공개 중요정보를 특정증권 등의 매매에 이용하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이용하게 하는 행위를 중대 범죄행위로 보아 엄히 처벌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내부자거래를 △ 거래상대방이나 일반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없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자가 하는 증권을 매매하거나 △ 내부자가 회사에 관한 중요하고 미공개된 정보에 근거해 공개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을 매매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인사이더 딜링'(Insider Dealing)이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내부자거래는 규제 당국의 대표적인 골칫거리 중 하나이다. 지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는 내부자거래 위반을 이유로 600여명의 개인과 단체를 상대로 300여 차례의 민사적 제재 조치(Civil Enforcement Action)를 시행했다. 이는 SEC가 5년간 집행한 제재 조치의 연간 평균 7%에서 12%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이 경향은 최근까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0년에는 53건, 2011년 57건, 2012년 58건, 2013년 44건, 2014년에도 52건의 내부자거래에 대한 제재 조치가 있었다. 위의 제재 사례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으나, SEC가 내부자거래를 비롯한 불공정거래 사례의 80~90%를 합의종결로 처리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SEC가 민사제재를 내부자거래에 대한 적극적인 처벌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84년 전까지 SEC는 증권거래법 21조에 근거한 금지명령 구제와 부당이득반환 등과 같은 연방법원 판결에 의한 부수적인 구제 권한이 전부였다. 그 이후에 내부자거래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연방의회는 1984년 내부자거래제재법(Insider Trading Sanctions Act of 1984: ‘ITSA’)을 제정했다. 

주요 내용은 SEC가 연방법원에 내부자거래를 행한 자 및 내부정보를 제공한 자를 상대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의 3배의 범위 내에서 민사적 과징금(Civil Monetary Penalties)의 부과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988년에 연방의회는 내부자거래의 규제범위를 명확히 하고 조직적인 내부자거래를 규제하기 위한 내부자거래 및 증권사기집행법(Insider Trading and Securities Fraud Enforcement Act of 1988: ‘ITSFEA’)을 제정하여 내부자거래를 행한 자의 지배자로서 내부자거래의 방지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자에 대해서도 민사적 과징금이 적용되게 되었다. 

1990년에 제정된 증권집행구제 및 저가주개혁법(Securities Enforcement Remedies and Penny Stock Reform Act of 1990: ‘SERPSRA’)은 SEC에게 법원을 통하지 않고 직접 행정절차에 의하여 민사적 과징금을 부과할 권한을 주었다. 이후 제정된 2002년 회계개혁법(Sarbanes-Oxley Act) 및 2010년 금융개혁법(Dodd-Frank Act)에 의해서도 SEC의 민사적 제재권한은 한층 강화됐다.

우리나라도 2014년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서 △ 지난해 7월1일부터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를 위반한 자에 대해 5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되 △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미실현 이익 포함)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1.5배가 5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금액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현행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위반자를 징역형에 처하는 경우 벌금을 필요적으로 병과하도록 하고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위반자가 해당 행위를 하여 취득한 재산을 반드시 몰수 또는 추징하도록 했다.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과징금제도가 도입되기는 하였으나 미국의 사례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내부자거래 규제는 아직까지도 형사적 제재에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에게도 SEC와 같은 민사적 제재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의 취지가 보다 실효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미국과 같은 민사제재에 기반한 과징금 및 범죄수익 몰수금을 원천으로 한 소비자피해 구제기금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Who is]
윤승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한국외대 법학사,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법학석사, 미국 워싱턴대 법학박사 학위와 미국변호사(D.C.)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기업지배구조와 금융법 등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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