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했더라도 명의 신탁자에 대한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9일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했더라도 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A씨는 2004년 7월 4억9000만원을 주고 땅을 샀다. A씨가 지불한 돈 중 3억원은 A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낸 돈이었다. 이들은 나중에 토지를 매도할 때 주인이 여러명이면 복잡해진다고 판단, 구입한 토지를 A씨 명의로 해뒀다.

이후 A씨는 2007년 이 땅을 저당잡아 대출을 받았다. 함께 돈을 지불한 이들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였다. A씨는 돈을 제때 갚지 못했고 함께 땅을 구입한 사람의 토지가 채권자에게 넘어가게 됐다. 함께 땅을 산 사람들은 A씨를 횡령죄로 고소했다.

1·2심 재판부는 안씨가 토지를 횡령했다고 인정, 징역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씨가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만큼 횡령죄의 주체도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명의수탁자에게 횡령죄를 적용하려면 수탁자는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해야 한다"며 "그러나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않는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형사처벌 하게 될 경우 부동산실명법이 금지하는 명의신탁관계를 오히려 유지,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기존에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한 판례를 변경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명의신탁을 하는 행위는 부동산실명법으로 처벌받을 뿐만 아니라 향후 횡령죄로도 처벌받지 않게 되므로 부동산을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 참조 : 대법원 홈페이지 주요 판결 코너
http://www.scourt.go.kr/sjudge/1463637978632_150618.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