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 영화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법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유전자 복제와 생명윤리의 문제를 깊게 고민해 볼 필요성을 느끼게 해준 영화였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 소속 국가 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조건부로 인간 체세포 배아 실험에 대한 연구를 승인할 예정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생명윤리문제가 대두될 것 같아서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사실 우리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복제 문제에 대해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처럼 생각한다. 막연하면서도 긍정적인 기대를 하면서 과학을 옹호하고 기대하곤 한다. 하지만 식품에 대한 유전자 변형이나 복제 등의 문제는 이상하게도 매우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모순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를 상대로 유전자 변형 식품을 수입하는 업체 명단을 공개하라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나 찬성의 목소리가 공존하는 중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단순히 수입업체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으며 반대로 수입업체의 이익을 위해 공개를 하지 않으려는 식약처의 의도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가공식품의 원재료가 되는 농·축·수·임산물을 재배·양식·목축하는 과정에서도 무수히 많은 과학과 기술이 적용된다. 게다가 우리가 먹고 있는 대부분의 가공식품에는 각종 식품첨가물과 가공추출물 등의 과학이 사용될 수밖에 없다. 물론 소비자가 이런 가공식품을 피하고 유기농 등 작물을 직접 준비해서 최종 음식까지 만들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렇기에 무작정 과학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 것보다는 식품속의 과학을 이해하고 정확한 정보나 지식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식약처는 대법원에 이 소송에 대해 상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들의 GMO식품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사전 홍보나 교육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 업체의 명단이 공개된다면 혼란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여 내린 결론일 것이다. 그러나 이 결정은 시민단체의 지탄을 받고 있다.

물론 쌍방의 주장이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안전이라는 점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과학이란 이해하는 기술수준이 달라짐에 따라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같이 긍정적인 측면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 된 탈리도마이드와 같이 사용 후에야 문제점이 발견되어 당시의 과학기술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판명될 수도 있다. 식품에 대한 문제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스카이특허법률사무소의 김태민 변호사는 1973년 태어나 변호사시험 1회에 합격했다. 식품영양학이라는 전공을 살려 식의약 관련 사건을 주요 분야로 삼아 일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식품과 의약품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