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비밀구금시설 '센터'…유엔 "장기구금에 변호인 조력도 못받아 개선 권고"

그러나 대한변협 2013 인권보고서에 의하면 탈북자들은 국정원 주도의 '합동신문'을 위해 비밀구금시설인 '센터'에 구금된다. 생애 전체에 걸친 사적·공적 정보 제공을 요구받고, 일부 판례에서 확인되었듯이 헌법 등의 모든 절차적 권리를 부정당한 채 간첩혐의에 대한 수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유엔자유권위원회도 2015년 '합동신문'의 장기구금, 변호인 조력 배제, 독립된 이의제도 부재 등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그 개선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필자도 전문가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는 영국의 대표적 탈북난민사건(2013년)에서 국제적인 난민법 권위자 가이 굿윈길 교수도 탈북자에 대한 '보호'절차는 '조사, 심문, 구금' 절차로서 사람의 자유와 안전에 관한 국제기준에 반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대한변협은 행정절차로서의 보호결정과 형사절차로서의 간첩수사의 주체 및 절차의 엄격한 분리, 적법절차의 철저한 확립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인신구제청구제도는 '인신보호법'에 근거해 위법한 행정처분 등으로 구금시설에 부당하게 수용된 개인을 구제해 헌법상 기본권을 수호하기 위한 제도다. 따라서 인신구제 여부를 판단하는 법원의 피구금자에 대한 접근가능성은 제도의 핵심이다. 인신구제청구제도가 구금하고 있는 권력에게 피구금자의 안부를 묻는 절차는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유일하게 2013년 센터 피구금자에 대한 인신구제청구와 관련 재판이 있었다. 필자는 이 사건 변호인으로 참여했다. 

"국정원, 2주만에 탈북자 아닌 화교 확인하고도 5개월 강제 구금 허위진술 강요"

이 사건 보호신청자는 약 6개월간 중앙합동신문센터에 구금되었다. 심문조서에 의하면 국정원은 구금 2주 후 보호신청자가 보호대상 탈북자가 아닌 화교임을 확인했다. 결국 이어진 5개월 반의 구금은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구금이었다. 또한 외국인의 국내체류자격 관련 아무런 권한이 없는 국정원은 보호신청자에게 한국에서 가족과 함께 체류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말했고, 보호신청자는 이를 믿고 센터에 장기간 머물며 가족의 간첩 혐의에 대해 허위진술했다. 결국 국정원의 부당한 약속이 장기간 구금과 허위진술을 사실상 강요했다. 센터에 수용된 탈북자들에 대한 인신구제청구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사건이었다.

범죄자를 처벌하여 법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모든 탈북자를 잠재적 간첩으로 간주하고 적법절차를 부정하는 것은 민주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구금은 헌법상 신체적 자유를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다. 이에 대한 독립된 감시시스템을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그동안 쌓아 온 법치주의의 역사를 되돌리는 것이다. 

설사 결과적으로 인권 침해가 없었다고 판명되더라도 피구금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변호인으로 나서는 것은 변호사의 당연한 사명이다. 살인범을 변호한다고 '살인 옹호세력'이나 '살인변'이 아니며 탈북자를 변호한다고 '북한 옹호세력'이나 '북변'이 아니다. 이러한 딱지를 붙이는 것은 변호사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고 그 사명인 인권과 정의의 추구를 부정하는 것이다. 민주법치국가를 지키려는 정부의, 그리고 국민 모두의 노력을 기대해본다.

황필규 변호사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일하고 있다. 이주민, 청소년, 비정규직, 중고령자 등 취약한 지위의 노동자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감은 국내 최초로 공익활동을 본업으로 삼은 비영리변호사단체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장을 통해 나의 '상식'이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세상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