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대법관. 미국에서는 'Justice'라고 부릅니다. '정의'라는 뜻이죠. 대법관의 판결은 곧 '마지막 결정'을 뜻합니다. 대법관 한 명 한 명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사회의 현재와 미래가 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대법관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9월이면 한 명의 'Justice'가 물러가고, 또 한 명의 판사가 'Justice'가 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34명의 후보가 추천됐습니다. 추천을 받은 법조인 중 현직 판사는 26명.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고 하죠. 이들은 그동안 판결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해 왔을까요. 판례를 통해 살펴봅니다.
이강원 창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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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남양유업 과징금 '124억→5억'
이 법원장은 서울고법 부장판사던 지난해 남양유업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위법한 과징금 부과를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과징금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과징금 납부명령 중 5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당시 공정위는 남양유업이 1800여개 대리점에 강제로 물품을 할당해 구입하도록 한 '갑질' 행위가 부당하다며 1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남양유업은 "구입강제로 보기 어려운 부분까지 매출액을 산정해 과징금을 과다 부과했다"며 반발했다.
재판부는 "남양유업은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회전율이 낮은 제품 등 일부 물량의 구입을 강제했을 뿐, 전체 대리점에 전체 품목의 물품 전부를 구입하도록 강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공정위는 물품 구입이 얼마나 강제됏는지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고, 과징금 산정에 위법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반대 증거가 제출됐다"며 "공정위가 과징금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확정해, 남양유업의 최종 과징금은 5억원이 됐다.
"외환은행 헐값에 팔지 않았다"
이 법원장은 2009년 론스타와 결탁해 외환은행을 헐값에 팔아넘긴 혐의 등으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이 전 행장의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은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당시 검찰은 변 전 국장 등이 론스타 측과 고의로 외환은행 자산을 낮게 평가해 정상가보다 싸게 매각했다는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재판부는 "신주발행과 구주매각가격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 결정됐고 신주발행을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에 의해 이뤄졌다"며 "신주나 구조의 가격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지위에 있는 코메르츠뱅크가 투자은행으로 전문적 검토를 거쳐 동의해 결정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앞서 1심 재판부도 매각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전체 틀에서 엄격하게 봤을
때 배임 행위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했다.
'유서대필사건' 재심 인정
이 법원장은 '유서대필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강기훈씨의 재심 청구를 2009년 받아들였다. 이는 1991년 서강대 건물 옥살에서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분신 자살하자, 검찰은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신 써주며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기소한 사건이다. 당시 강씨는 '유서를 대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필적 감정 등이 증거로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했다.
재판부는 "1991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결과에 근거해 업무일지, 메모지 등을 피고인이 작성한 것으로 본 판결은 새로운 증거들과 모순돼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며 "새로운 증거들은 형사소송법에서 말하는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며 재심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강씨에게 무죄를 확정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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