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의 법인세, 종합소득세 신고를 위한 세무대리 및 조정업무를 수행하면서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한 세무사에 대해 정부가 직무정지 2년의 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유진현)는 세무사 A씨가 "직무정지 2년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2008년부터 서울 성북구에서 회계세무사무소를 운영해 온 A씨는 유류회사와 주유소를 함께 운영하는 한 부자의 세무대리 및 조정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A씨는 이 부자의 2010년∼2013년 귀속 종합소득세 신고를 위한 성실신고확인서를 작성했다. 그는 이 확인서의 종합의견 란에 '신고내용 확인한 바 필요경비의 계상 등 소득금액 계산이 적정하게 이뤄졌음'이라고 기재했다.

그러나 국세청이 2014년 5월부터 3개월간 이 부자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이 유류 및 세차비 현금매출을 누락하는 등 분식회계 처리를 한 사실이 발각됐다. 이에 국세청은 세무사징계위원회에 A씨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세무사징계위는 지난해 3월 A씨가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직무정지 2년의 징계처분을 의결했고 기획재정부는 이 의결과 같은 징계처분을 내렸다.

A씨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고의로 관련 서류를 조작하는 등 적극적 부정행위를 한 것이 아닌 점 △16년간 세무사로 성실히 직무를 수행한 점 △2년의 직무정지 처분이 직업수행의 자유를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징계 처분이 너무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에 대한 징계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납세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세무사"라며 "이 같은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업무 성실성이 요구됨에도 성실의무 위반을 저질러 허위확인된 금액이 18억여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무사징계양정규정상 허위확인 금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직무정지 1년∼직무정지 2년'에 처해질 수 있다"며 "다른 세무사들의 유사한 징계사례와 비교해 보면 A씨에 대한 처분이 특별히 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