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문대 소속 남학생들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장기간에 걸쳐 동기 여학생 등을 성적으로 희롱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와 인문대 피해자 대책위원회(대책위)는 11일 오전 학내 커뮤니티와 교내 게시판에 '서울대 인문대학 카톡방 성폭력 고발'이란 제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대자보에 따르면 인문대 소속 남학생 8명은 지난해 2월부터 약 6개월간 동기 여학생을 포함한 수십명의 여성을 언급하면서 성적으로 희롱하거나 혐오하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대책위가 발췌해 공개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내용을 보면, 이들은 한 남학생의 '배고프다'는 말에 '○○(동기 여학생)을 먹어'라고 말하거나 '먹을게 있고 못 먹을게 있지' 등 여성비하적 발언을 일삼았다.

또 몰래 촬영한 동기 여학생의 사진을 올려놓고 '박고 싶어서'라며 희롱하거나 특정 여성을 두고 '탱커X', '떡대 드록바만한 X' 등으로 지칭하며 조롱했다. '△△(동기 여학생)은 정말 묶어 놓고 패야함'이라고 말하는 여성혐오 발언도 이어졌다.

성적 희롱의 대상은 학내 여학생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금 지하철에 교복입은 여자가 있는데 섹시하다', '교복엔 살색 스타킹이 진리', '오늘 과외돌(과외하는 학생)이랑 첫 만남인데…바지도 벗으면 더 좋겠지', '초등학교 5학년 여자 과외 들어왔는데 로린이(로리타와 어린이의 합성어)라…고딩이면 좋은데' 등 대상의 연령을 가리지 않고 성폭력성 발언이 오갔다.

학소위는 이날 "매우 심각한 수준의 모욕과 언어 성폭력이 카톡방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졌음이 드러났다"며 실명을 공개한 사과, 정기적 인권·성평등 교육 수강 등을 가해자 측에 요구했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학소위와 대책위로부터 사건을 접수하고 진상조사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