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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정부터 시행까지 진행상황 / 금융위원회 |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이달부터 시행된다. 2012년 6월 정부안이 나온 후 3개의 의원입법안이 나왔고 지난해 7월이 돼서야 첫 발의 후 3년만에 법안이 공포됐다. 최초 발의시점부터 법 시행일까지는 4년1개월 이상 걸렸다. 그나마도 최초 도입되는 제도라는 이유로 10월말까지 3개월간의 유예기간이 적용된다.
부칙을 제외하고 총칙에서 벌칙조항까지 총 43개 조항에 불과하지만 이번 법안의 최종안이 도출되기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라는 이름으로 발의된 법안만 정부안을 포함해 6건에 달했고 이번 제정법에 들어가는 내용을 규율하기 위한 타법안 개정안만 자본시장법, 여신전문금융업법, 은행법 등 10개에 달했다. 이 법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상임위 법안심사 소위원회만 14차례 개최됐다.
은행업, 금융투자업, 보험업, 저축은행업, 여신전문금융업, 금융지주 등 6개 부문을 아우르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그간 업권별로 상이한 지배구조 규정의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수차례의 논의를 거치면서 규제대상 범위가 매우 축소된 점 등 한계도 많다는 평가다.
◇금융업 전영역 아우르는 지배구조 규제, 규제차익 없앤다
종전까지만 해도 업권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이한 지배구조 규정이 적용됐다. 예를 들어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은 은행이나 보험에는 적용됐으나 금융투자업, 여신전문업, 저축은행업 등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대주주 자격유지 심사규정의 경우도 은행은 10% 한도를 넘어선 지분을 보유할 때만 심사토록 하고 있음에 비해 저축은행은 2년마다 주기적으로 심사토록 하고 있었다. 반면 보험, 여신전문업 등에서는 대주주 자격유지 심사규정 자체가 없었다. 사외이사 수에 대한 규정이나 상근임원의 겸직을 제한하는 등 부분에서도 업종마다 상이한 점이 있었다.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고 규제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국내금융사의 해외법인이나 수출입은행, 주택금융공사 등 특수금융기관, 신용협동조합이나 단위농협 등 상호금융조합을 제외한 금융업권 전반에 적용된다. 단 자산총액 7000억원 미만의 저축은행이나 자산총액이 5조원 미만이면서 수탁재산이 20조원 미만인 금융투자사, 종금사, 보험사, 여신전문사 등에는 일부조항의 적용이 배제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임원과 사외이사의 결격요건에 대해서도 통일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임원의 경우 등기이사가 아니더라도 명예회장이나 회장 등 업무집행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해 금융사의 업무를 집행하는 사람에 대해서까지 아우르도록 했다. 임원으로 지정된 이들에 대해서는 선·해임시 공시의무, 겸직제한 의무 등이 일괄 적용된다.
사외이사의 경우도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 계열사를 포함한 금융사에서 상근임직원으로 근무한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이, 6년 이상 해당 금융사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한 이, 주요 거래관계를 가지고 있는 이 등을 결격사유로 명시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토록 했다는 평가다. 사외이사가 다른 회사의 사외이사를 겸하는 경우도 엄격히 제한된다.
사외이사를 3인 이상 과반수로 한 이사회를 두도록 한 부분,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토록 한 부분 등이 눈에 띈다.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제정해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시토록 한 것, 내부통제 절차와 위험관리 기준을 제정토록 한 부분도 이번 지배구조법의 특징 중 하나다. 준법감시인과 위험관리 책임자를 상근직으로 선임토록 해 겸직을 제한한 점도 기존과 다른 부분이다.
아울러 금융투자업, 보험업, 카드업, 비은행지주 등의 대주주가 변경될 때 당국이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기타 금융관련 법령에 의거해 자격요건을 심사토록 의무화한 부분도 새로 도입됐다. 은행, 은행지주, 저축은행 등에 대해서는 개별 금융업법에 따른 대주주 자격심사가 진행된다.
승인없이 취득한 주식에 대해서는 6개월 이내 기간 동안 해당주식 처분명령이나 미승인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등이 적용된다. 최대주주 자격심사에서 적격성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내려졌을 때도 10%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최대 5년의 의결권 제한 등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소액주주에 대해 주주제안권, 주주총회 소집청구권, 이사·청산인 해임청구권, 대표소송권, 회계장부 열람권 등을 보장한 부분, 대주주 변경승인을 받지 않거나 사후 승인신청을 하지 않은 자, 주식처분명령을 위반한 자에 대해 징역형과 벌금형을 병과할 수 있도록 하고 행위자 외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새로이 도입됐다. 이같은 내용 중 지배구조 내부규범, 내부통제 기준, 위험관리 기준 등 신설제도의 경우 금융사 내부의결절차 등을 감안해 10월말까지 준비기간이 주어진다.
◇규제후퇴 지적, 다수기업은 규제망에서 이탈
처음 시행되는 법이라는 이유로 최초 규제에서 후퇴한 모습이 눈에 띈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시행으로 자동폐기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비해 후퇴한 점이 눈에 띈다는 부분이 그것이다.
2014년 11월에 마련돼 그 해 12월부터 시행된 모범규준은 2015년부터 각급 금융회사들이 연차보고서를 통해 금융회사들이 지배구조 관련 내부규정과 실행내용을 작성토록 했다. 이사회, 사외이사 관련규제를 업권에 상관없이 통일하도록 시도했다는 점, 지배구조 관련사항을 대외로 의무적으로 공시토록 한 점, 주주권을 보호토록 한 점 등은 이번 지배구조법과 비슷한 부분이다.
하지만 모범규준에 비해 강제규범의 성격을 지니는 이번 법안이 되레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점도 많다. 대표적인 부분이 규제대상 금융사의 범위가 대폭 축소됐다는 부분이다. 모범규준은 자산규모 2조원 미만인 금융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한 반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시행령은 적용제외 범위를 5조원 미만까지 완화시켰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사들이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이사회에서 논의된 내용과 사외이사의 찬반유무 등에 대한 사항을 다음달 15일까지 공시토록 의무화한 모범규준의 규정도 지배구조법에서는 연차보고서에만 담도록 규정을 완화한 점도 눈에 띈다는 지적이다. 이사회에 대한 감시의 적시성이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지배구조법의 시행으로 모범규준은 자동으로 폐지되지만 금융사들이 자발적으로 참고하면 좋은 규준"이라며 "이번 법에서 의무가 면제된 회사들은 법이 면제한 부분이기 때문에 다시 규율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가미를 벗어난 이들이 다시 규제틀에 갇힐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배구조법 태동으로 생긴 일련의 후퇴에 대해 가이드라인 성격에 그쳤던 모범규준을 강제규범인 지배구조법이 대신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종의 '트레이드오프'(상쇄)로 이해하는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초로 시행되는 법이니만큼 시행 이후 하나씩 보완해 나가면 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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