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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많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낸 옥시의 존 리 전 대표가 지난 5월23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사진=홍봉진기자 |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서 해당 기업이 해당 제품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악의적으로 제품판매를 감행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만일 이러한 악의적인 고의성이 인정된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실손해 배상원칙'에 의한 일반 손해배상법리는 일반예방적인 기능을 제대로 하기 어려울 뿐만이 아니라 너무 무기력한 제도로 평가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특허법 등 지식재산분야 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법분야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적극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는 미국문화의 특성은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한 경우에는 먼저 상대방의 깊은 이해를 구하는 것이 습관화돼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운전미숙 등으로 주차된 차량에 과실로 흠집을 냈으나 주위에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경우에도 자진해 자신의 연락처를 기재한 메모를 남기는 훌륭한 모습을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런 부분이 다소 미흡한 편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의 차이가 그냥 이뤄지지 아니하다는 점에 우리는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인 등의 경우에 자신의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좀더 신중한 태도를 취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실수와 악의적인 위법행위는 그 법률적인 평가가 엄청나게 다르기 때문이어서 이를 온몸으로 이해하고 있다. 즉 만에 하나 추후에 있을 수 있는 엄청난 징벌적 손해배상청구가능성에 대비해 이에 대한 리스크 관리차원에서도 그런 메모 등을 자발적으로 남기는 것이다.
즉 자신의 행위는 단순한 실수에 불과하니 징벌적 손해배상청구 등은 제발 청구하지 말라는 취지의 의미전달로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즉 불법적 행위가 악의적인 경우로 판명되는 경우에는 엄청난 금액의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추가적으로 물어야 하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사전에 이를 방어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인 셈이다.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의 경우는 법제도가 완전히 상반되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특허침해의 경우에 손해배상금액은 통상사용료 금액수준에 그친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특허권자와 처음부터 특허권 사용계약을 한 경우나 이를 하지 아니하고 바로 위반행위부터 한 경우에 당사자에게 돌아오는 불이익이 모두 동일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누가 무리하게 특허권자와 사용계약을 할려고 할 것인가? 그냥 모른 척하고 특허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진행하다가 운좋게 적발이 되지 아니하면 엄청나게 큰 돈을 버는 것이고 만에 하나 적발이 되더라도 법원에 의해 계약을 체결했으면 지급해야 할 통상적인 사용료만 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하면 되기 때문이다.
즉 처음부터 특허권 사용계약을 한 경우와 아무런 차이가 없고 또한 경제적인 불이익이 전혀 없다. 그렇다면 이런 사정 하에서 누가 과연 특허권 사용계약이라는 원칙적인 법절차에 따라 사업을 할려고 할 것인가. 인간은 경제적인 동물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원칙에 따른 적법행위를 하는 것보다,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것이 더 경제적임은 너무나 명확한 사실이다.
법제도상 내지 특히 법원의 해석에 의한 손해배상액이 실손해를 충분하게 보전할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니, 어떻게 적법한 행위만의 준수를 강요하게 될 것인가? 일단 무조건 위법한 행위를 하고 사후에 법리적인 문제가 생기면 그 때 이를 적당하게 해결하는 것이 더욱 더 경제적일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민사책임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형사책임도 있을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경우는 통상적으로 벌금액이 상대적으로 너무 적어서 결코 가해자 특히 돈이 많은 가해자에게는 전혀 부담이 되지 아니한다.
이러한 법제도와 법제도의 운영으로 인해 신문지상에 자주 보도되는 바와 같이 과거 일부 재벌가 자제들이 고의적으로 악의적인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경우를 가끔 본적이 있을 것이다. 만에 하나 이러한 일들이 미국내에서 일어났다면 엄청난 천문학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하므로 엄청난 재정적인 부담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잠재적인 가해자로서는 이와 같이 악의적인 위법행위를 감행할 이유와 용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사후에 적발되더라도 상대적으로 극히 적은 금액인 실손해만을 배상하면 된다. 나아가 형사적으로 문제가 되더라도 적정한 금액의 형사합의금만 전달하게 되면 형사처벌 수준 역시 감경돼 상대적으로 가벼운 벌금내지 집행유예 수준에 그친다. 형사범법자 등에게는 형사적인 제재가 결코 엄청난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일부 학자는 견해를 달리하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본질은 손해배상책임을 가해자의 악의적인 고의 정도에 따라 그 책임을 차등을 두어 구분하므로 이는 법리적으로도 상당히 진보적이고 합리적인 제도라 할 수 있다. 즉 경과실의 위법행위와 고의적으로 한 악의적인 행위를 민사영역에서도 형사영역과 마찬가지로 그 양형을 달리해 그 손해배상책임을 달리하는 것이다. 이는 정의의 관념에서 보더라도 그 정당성이 충분하게 수긍이 가고 이해가 된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법률상의 손해배상액이 불법행위정도와 적정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손해배상액이 너무 적은 경우는 극단적으로 보면 법에 대한 존엄성마저 해칠 정도로 심각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지는 순기능은 무엇보다도 크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나라는 이제 거의 선진국에 진입했음에도 손해배상제 관련 법률제도에서, 특히 손해배상액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과거 후진국 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손해배상금액 규모면을 살펴보면 너무나도 심각하다. 이러한 문제점은 일차적으로는 국내시장규모나 법제도상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에 못지 않게 이를 해석하고 법을 선언하는 사법부에서도 그간 너무 안주한 점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즉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의 발전 등 급속하게 발전하는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데에서 나오는 현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능한 범위내에서 이제라도 사법부역시 사법소비자의 시대적인 수요에 좀더 귀기울이고 나아가 이에 좀더 충실하게 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Who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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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생인 김승열 변호사는 서울대 법과대학을 마치고 사법연수원 14기를 수료했다.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 겸직교수로서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 대한변협 소속 지식재산연수원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지식재산금융과 법제도'라는 저서를 발간하는 등 학구파로서의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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