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황의조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불법촬영 등 혐의 항소심 선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

법원이 성관계 장면 등을 불법으로 촬영한 혐의를 받는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황의조(33·알라니아스포르)에게 2심에서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3부(부장판사 조정래 진현지 안희길)는 4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받는 황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쌍방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이 선고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의 행위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반포 행위는 다른 사람에 의해 이뤄졌고 피고인 또한 피해자에 포함됐으나 반포 행위 자체는 피고인의 촬영 행위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촬영과 반포의 법정형 차이가 없는 점과 촬영물 내용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점에 비춰보면 피고인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높다"면서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언론에 입장문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정보 일부를 암시하는 내용도 언급해 형사사건에서 피해자를 배려하지 못한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으로 재판부는 "피고인은 관련 삭제 작업 등을 계속 진행해 추가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고 언급했다.

황씨는 1심 선고를 앞두고 피해자에게 합의금 명목의 2억원을 법원에 공탁하며 이른바 '기습 공탁'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논란과 관련 재판부는 "선고기일 수개월 전에 형사공탁이 이뤄져 기습 공탁으로 볼 정도에 이르렀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피해자 의사가 표명돼 이를 합의나 피해회복에 준하는 양형요소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황씨의 축구 국가대표 자격과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금고형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축구 국가대표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이는 관련 운영 규정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라며 "이를 이유로 형사 책임을 감경해야 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범행 정황 등을 두루 참작해 보면 1심의 양형은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양측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의 형을 유지했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 제17조 징계 및 결격사유 4항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5년이 경과되지 않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이날 황의조는 법정에 출석하며 판결을 어떻게 예상하냐는 등의 취재진의 물음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항소심 선고 후 황씨는 입장문을 통해 "먼저 이번 일로 인해 큰 상처를 입으신 피해자 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아울러 저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모든 분들, 축구 팬들, 저를 믿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 이은의 변호사는 "황씨 측으로부터 공탁금을 포함해 4억원의 합의금을 제시받았지만 피해자는 거절했다"며 "검찰에서 상고해주길 바라지만 양형이 1년 아래에 있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판결이 바뀌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판결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 사건은 2023년 6월 한 여성이 스스로 황씨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하며 사생활 폭로 글을 올린 것에서 시작됐다. 황씨는 해당 사진과 영상 등이 허위라고 주장하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수사하던 중 황씨의 불법 촬영 정황을 포착하고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황씨는 피해자 2명에 대해 상대방 동의 없이 여러 차례에 걸쳐 사생활 영상을 촬영하거나 영상통화를 녹화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법원은 황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사회봉사,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 명령을 내렸다.

황씨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한 인물은 친형수로 밝혀졌다. 그는 사생활 영상을 유포하고 협박한 혐의로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