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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해서 소중한 줄 모르는 것들이 있다. 공기, 물, 엄마의 사랑…'출생신고'도 그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너무나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이기에 출생신고가 안 되는 아이가 있다는 생각을 쉽게 떠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조차도 먼 나라 얘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보도되는 사례들은 우리사회에도 출생신고 되지 않은 아이들이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달 말에는 네 살짜리 딸을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방임한 엄마에게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지난 4월에는 학교에 가지 못한 7남매 사례가 세상에 알려졌다. 10남매 중 일곱 아이가 아예 초등학교에 입학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조그만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친구들을 얼마나 부러워했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심지어 그 중 네 아이는 태어난 지 십년이 지났는데도 출생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 충격을 주었다.
광주 10남매 사례로 보도되었던 이 사례는 초기에는 아동학대 정황을 의심하는 언급이 간혹 눈에 띄었으나 중반 이후로는 미담으로 급선회했다. 10남매간에 우애가 깊고 이웃에게 인사도 잘 하는 예의바른 아이들로 자랐으니 별 문제가 없다는 취지이다.
광주 10남매 사례로 보도되었던 이 사례는 초기에는 아동학대 정황을 의심하는 언급이 간혹 눈에 띄었으나 중반 이후로는 미담으로 급선회했다. 10남매간에 우애가 깊고 이웃에게 인사도 잘 하는 예의바른 아이들로 자랐으니 별 문제가 없다는 취지이다.
출생신고는 아동의 '권리' 부모의 '의무'
미담으로 취급하는 언론몰이가 불편한 이유는 부모의 입장만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를 작성하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어른'이다. 빚쟁이들에게 쫓겨 다니느라 주민등록 이전 신고도 아이들 출생신고도 제대로 할 수 없었지만 그 와중에도 10남매를 버리지 않고 직접 잘 보살핀 부모에게 연민과 응원을 보내기 쉽다.
이런 접근은 아이들을 배제하고 있다. 아이들은 스스로 출생신고를 할 수도 없으며 출생신고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다. 하지만 출생신고에서 누락된 결과 필수예방접종 서비스와 의무교육에서 배제됐다. 건강하게 자라고 제대로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받은 것이다.
즉 출생신고가 안 되면 아동의 인권은 보장되지 않는다. 출생신고는 아동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출생신고가 아동에게는 '권리'이고 부모에게는 '의무'인 이유이다. 이러한 원칙에 입각해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에게 '출생신고 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나아가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부모의 법적 지위나 출신에 상관없이 모든 아동에게 출생 등록이 가능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즉 출생신고가 안 되면 아동의 인권은 보장되지 않는다. 출생신고는 아동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출생신고가 아동에게는 '권리'이고 부모에게는 '의무'인 이유이다. 이러한 원칙에 입각해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에게 '출생신고 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나아가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부모의 법적 지위나 출신에 상관없이 모든 아동에게 출생 등록이 가능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행 출생신고 시스템은 '모든' 아동에게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보장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와는 거리가 멀다. 우선 우리나라는 출생신고를 부모에게 일임하고 있다. 만약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아이의 존재를 공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출생하는 의료기관이 직접 출생신고를 하게 하거나 최소한 출생사실을 관할 지방자치단체로 통지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출생신고' 못하는 이주아동…'보편적' 출생신고제 이뤄야
'출생신고' 못하는 이주아동…'보편적' 출생신고제 이뤄야
출생신고로부터 누락되는 또 다른 아이들이 존재한다. 현행법 상 '외국' 국적 아동의 출생에 대한 신고와 증명은 불가능하다. 관련 규칙에 따라 출생신고 '수리'(접수)의 증명만 가능하다. 그러나 출생신고 '수리' 증명서는 공적으로 '출생'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출생신고가 '접수'된 사실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이 자녀를 출산한 경우 자국 대사관을 통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등록' 이주민의 경우 자국 대사관에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송출국의 경우 자국민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숫자가 많으면 다음해 한국 정부와 체결할 고용 쿼터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그 결과 송출국 대사관은 대내외적으로 미등록 상태로 한국에 체류하는 자국민의 숫자를 관리해야할 압박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미등록 이주민이 자국 대사관을 찾아가는데 불안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 결과 미등록 상태로 한국에 체류하면서 아이를 출산한 경우, 단속의 두려움으로 부모가 자국 대사관에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무국적 상태로 거주하는 이주아동이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주아동까지 포섭할 수 있는 출생신고제도로의 개편이 필요하다. 한국 국적의 아동뿐만 아니라 국내 거주하는 외국 국적의 아동까지 출생신고제도에 포섭할 때 비로소 완전한 '보편적' 출생등록제도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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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 변호사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일하고 있다. 이주민, 청소년, 비정규직, 중고령자 등 취약한 지위의 노동자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감은 국내 최초로 공익활동을 본업으로 삼은 비영리변호사단체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장을 통해 나의 '상식'이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세상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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