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산은 총 3개의 지자체에 걸쳐 있다. 그 중 약 51.6%에 해당하는 면적을 가지는 A시가 관내 면의 행정 구역 명칭을 B산으로 바꾸겠다면서 조례를 개정·공포했다. 이에 주변 다른 지자체가 반발, C군수는 해당 명칭을 사용하지 않게 해달라는 분쟁조정신청을 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중앙분쟁조정위원회는 해당 명칭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 분쟁조정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A시는 분쟁조정결정에 따라 명칭 변경 시행을 중단하고 관련 이행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는 이행계획서에 명칭 변경 조례의 개정에 관한 이행계획이 없어 분쟁조정결정의 이행의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조례를 개정하도록 직무이행명령을 했다. 그러자 A시가 이 직무이행명령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의 판결은 어떻게 나왔을까.

대법원 제1부(이인복 대법관)는 관내 면의 행정 구역 명칭을 인근 유명 산의 이름으로 바꾸는 내용의 조례를 개정하도록 한 직무이행명령을 취소하라며 행정자치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A시장의 청구를 기각했다. (2012추121 판결) 지방자치단체중앙분쟁조정위원회와 행정자치부장관은 A시가 B산의 명칭을 사용하려는 것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A시가 면의 명칭으로 사용하려고 하는 B산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산의 고유명사로 A시뿐만 아니라 인접한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다양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곳"이라며 "B산에 인접한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은 오랜 기간 특정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구역 명칭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B산이라는 명칭을 함께 사용해 왔고 이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익을 향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B산이라는 명칭을 A시가 일방적으로 사용할 경우 B산에 인접한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명칭 사용에 관한 이익을 포함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익을 구체적·직접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A시가 일방적으로 B산 명칭을 선점하여 행정 구역 명칭으로 사용하려는 행위는 합리적으로 통제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따라서 A시가 일방적으로 명칭을 사용하려는 행위는 합리적으로 통제될 필요가 있단 얘기다.

이렇게 지자체들이 소송까지 불사하며 개명에 나선 이유는 뭘까. 

지역 이미지를 특화한 이름이 홍보와 관광활성화 등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 판결을 통해 대법원은 다소 생소한 '명칭 사용에 관한 이익'을 언급하며 개명을 노리는 여러 지자체에 제동을 걸었다.

◇ 판결 팁 = 대법원은 A시가 B산 명칭을 선점해 행정 구역 명칭으로 사용하면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명칭 사용에 관한 이익을 포함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익을 구체적·직접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유사한 사업을 추진 중인 다른 지자체들이 눈여겨 볼 만하다.